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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다이옥신에 오염된 미군기지 땅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30 17:08

수정 2017.10.31 09:24

[차장칼럼] 다이옥신에 오염된 미군기지 땅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1년 8월 10일 정글 게릴라전에서 밀리던 미군은 완전히 다른 형태의 전략을 생각해냈다. 전쟁에서 최대의 장애물이 정글이라면 이것부터 없애겠다면서 식물을 고사시키는 제초제 살포를 꺼내 들었다.

이날부터 10여년 동안 베트남 2만6000여개 마을엔 약 8000만L의 미군 제초제가 뿌려졌다. 하지만 이 제초제는 식물만 고사시키는 것이 아니었다. 이 제초제에 노출된 사람은 480만명이었는데 절반 가까운 200만명 이상이 현재까지도 각종 암과 신경계 마비 등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 제초제가 흔히 알고 있는 고엽제다.


베트남전쟁에서 사실상 무기로 쓰인 고엽제의 주요 성분이 바로 '다이옥신'이다. 다이옥신(dioxin)은 초미량으로도 인체에 치명적 피해를 주는 물질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독성을 가진 청산가리보다 더 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맛도, 냄새도 없지만 일단 흡수되면 소변이나 배설물 등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그대로 체내에 축적된 뒤 5~10년이 지나면 간암이나 폐암, 심장기능 저하, 피부병, 기형 등 서서히 피해가 나타난다. 미국환경보호청(EPA)은 다이옥신에 대해 '발암성 물질 중 가장 강력한 것'이라고 규정했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1992년부터 유전 가능한 1급 발암물질로 취급하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 27일 우리 땅 일부에서 다이옥신류가 기준치의 최대 10배 이상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다이옥신류는 조사지점 33곳 중 7곳의 토양시료에서 토양 1g당 1000pg-TEQ/g(피코그램, 1pg은 1조분의 1g) 초과했고 최고농도는 1만347pg-TEQ/g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는 아직 다이옥신류에 대한 토양오염 환경기준이 없는데 환경이 비슷한 일본 기준인 1000pg-TEQ/g을 적용하기 때문에 최대 10배 이상 오염된 것이다. 오염된 땅은 공교롭게도 미군이 오랫동안 사용해 조사가 불가능했던 인천 부평 미군기지 '캠프 마켓'이다.

환경부는 2005년 다이옥신 국가배출량 발표를 시작한 후 2~3년마다 공개하고 있다. 다이옥신 감축 성적표는 해마다 우수하다. '소각시설 5개소 주변 토양 다이옥신 농도 미국, 일본보다 낮아(2007년)' '다이옥신 배출기준 초과사업장 국가가 직접관리(2010년)' '다이옥신 등 잔류성유기오염물질 관리 달라진다(2012년)' 등이다. 2014년엔 다이옥신 국가배출량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나라가 환경 선진국임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환경부는 '캠프 마켓 오염도 조사' 발표 당일 향후 지역주민과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 기지 내 다이옥신류 등 토양오염에 대한 조치를 취한다고 약속했다.
또 주한미군 측도 협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캠프 마켓은 '주한미군 반환 공여지 관리.처분 협약'에 따라 오는 2022년까지 반환된다.
환경부가 긍정적인 다이옥신 감소 발표를 이어가려면 미군기지 오염도 조사 최초 발표만큼 명확한 토양정화기준과 환경정화 로드맵 설정에도 방점을 찍어야 한다.

정지우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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