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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투자자 보호 제도화 땐 '화폐 인정'의미

가상화폐 규제, 어디까지
보호 제도화 땐 '화폐 인정'의미… "다단계 유통 단속해야"
국내 가상화폐 日거래액 2조6018억원 기록.. 코스닥 시장 넘어서

#. 지난 5월부터 가상화폐에 투자한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추석 연휴동안 휴대폰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가상화폐의 일종인 '비트코인 캐시(BCH)'를 가지고 있는 그는 앞서 8월 BCH 가격이 이틀 만에 34만원에서 110만원으로 뛰는 것을 보고 혹해 덥석 BCH를 사들였으나 추석 연휴동안 시세가 반토막이 되는 광경을 목격해야 했다. 박씨는 "주식 같은 건 가격이 일정수준 오르내리면 거래가 멈추기라도 하는데 이건 한번 떨어지면 걷잡을 수 없다"며 투자를 후회했다. 박씨뿐만 아니라 이미 수많은 투자자가 급등락하는 가상화폐 시세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으나 이들을 위한 제도적 보호장치는 아무것도 없다.

한국은 이미 세계 가상화폐 거래액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시장 내 핵심국가다. 지난 8월 19일에는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의 일일 거래액이 2조6018억원을 기록, 전날 코스닥 일일 거래액(2조4357억원)을 넘어섰다. 투자 또한 주식보다 쉬워 거래소에 회원가입을 하고 통장만 등록하면 누구나 거래할 수 있다. 이미 직장인뿐만 아니라 대학생과 청소년도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든 상황이다. 그러나 일일 시세변동이 주기적으로 20~30%를 넘는 가상화폐 시장의 변동성을 생각하면 투자자 보호장치는 없는 셈이다. 이미 빗썸은 지난 6월 악성바이러스를 통한 해킹 피해를 당해 투자자들의 불안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가상화폐 보호책 '양날의 검'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달 가상화폐를 매개로 한 자금조달이나 신용공여 행위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가상화폐를 상장해 투자금을 모집하는 가상통화공개(ICO)를 전면 금지하기로 한 것. 그러나 현재 시장에서 거래하고 있는 투자자를 위한 정책은 공개되지 않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금 가상화폐 규제는 거래하는 투자자가 아니라 취급업자 중심 규제"라며 "그 안에서 거래하는 투자자 보호는 원칙적으로 제도화하는 게 아니기에 투자에 주의하라는 얘기는 하지만 지금은 그런 보호책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즉 투자자 보호책은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것.

그는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현재 보호가치영역이 아니라고 본다"며 "우리가 만약에 그 사람들을 보호해주면 약간의 공신력을 부여하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가상화폐는 정부의 핀테크 활성화 정책에서 벗어난 주제라는 의미다.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보호책을 내놓을 경우 가상화폐를 진정한 의미의 화폐로 인정하게 된다는 말이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달 국정감사에서 가상화폐에 대해 "공신력을 인정하거나 화폐로서의 기능까지 인정한다는 생각은 안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가상화폐에 대한 개념 정립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즉 가상화폐 투자자가 자본시장법상 금융상품인지 여부가 정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자 보호장치를 만들기 어렵다는 것. 금융당국은 장기적으로 가상화폐의 발전 방향을 살피면서 보호정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정부 가이드라인만 기다려

가상화폐 업계에서는 투자자 보호가 필요하다고 보지만 정부의 지침이 없어 머뭇거리고 있다. 업계 단체인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김형주 이사장은 "가상화폐 자체가 정부가 공식 인정한 화폐가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의 피해는 소비자 책임이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사실은 가상화폐거래소 등 업계에서도 정부가 적절한 공신력을 가지고 규제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업계 자체적으로도 필요하다면 정비를 해나가야 된다는 입장으로 거래소 자체가 투자자 피해에 대한 보험, 등락폭에 대한 기준 같은 것들을 만들어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이미 거래소 차원에서 보험은 가입하고 있는데 해킹 피해 등 이런 현실을 감안했을 때 너무 보험액수가 적다든지 이런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필요하다면 업계가 스스로 자율적 방안들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3대 거래소 중 하나인 코인원 관계자는 "아직까지 정부의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정부의 적절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거래소도 신뢰를 받을 수 있고 투자자 보호장치가 우선적으로 제일 필요하다"면서도 아직까지 업계 내에서 구체적인 보호장치를 꾸리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가상화폐 시장은 주식시장이 아닌 새로운 시장으로, 여기에 맞는 적절한 금융적인 제도가 만들어지는 것에 찬성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너무 기존의 것에다가 끼워맞추기보다는 새로운 영역에 맞게 새롭게 접근해서 좋은 정책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통채널은 정부 단속 시급

일반거래소와 달리 가상화폐 직접판매업계는 정부의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직접판매공제조합과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 등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가상화폐 대부분이 '다단계식'으로 법에서 금지된 '금융피라미드식' 영업을 하고 있다"면서 "가상화폐 업체들이 다단계식으로 운영되면서 군소 다단계 직판업체 중에는 회원들이 대거 이탈하는 등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 가상화폐 업체로 인한 피해가 생기면서 엉뚱하게 정상적인 직판업계에 부정적 이미지를 초래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가상화폐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가상화폐 업체들이 다단계 유통방식을 취하는 게 문제라는 시각이다. 이 때문에 직접판매공제조합과 특수판매공제조합 등 관련 단체들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가상화폐 관련 불법피라미드 주의보'를 게재하기도 했다.


현행 방문판매법에 따르면 가상화폐를 비롯해 증권, 주식, 예금, 채권 등 금융상품은 '다단계식'으로 판매할 수 없으며 금융관련 상품을 다단계식으로 판매하는 것 자체가 범죄행위가 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재화의 거래 없이 금전거래만 하거나 재화의 거래를 가장해 금전거래를 하는 경우 상품권처럼 금액이나 재화의 수량을 기재한 무기명 증표 등을 거래하면 불법이고 위반 시 7년 이하의 징역이나 거래금액의 3배에 해당하는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비트코인이든 뭐든 가상화폐도 넓게 보면 무기명채권 등 금융상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다단계 방식으로 거래된다면 무조건 불법"이라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장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