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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연준의장 예측 적중해도 시장 흐름 전망은 어려워" WSJ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31 14:35

수정 2017.10.31 14:35

'세계 경제 대통령'인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누가 될지, 또 그가 어떤 정책지향점을 갖고 있는지를 정확히 예측한다고 해도 이를 토대로 금융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알아맞추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월30일(이하 현지시간) 지적했다.

연준 의장의 생각과 달리 경제, 시장의 흐름이 예상치 못한 정책 대응을 부를 수도 있고, 상황 오판이 뜻하지 않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 말 폴 볼커와 그 뒤를 이은 '경제의 마에스트로'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 당시와 직후의 시장 흐름은 그들의 정책 의지와는 별개로 움직였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고 WSJ은 전했다.

일단 시장은 오는 2일로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차기 의장 지명에서 규제완화주의자이면서 동시에 비둘기파인 제롬 파월 연준 이사가 지명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 베팅 사이트인 프리딕트잇에서는 파월의 지명 가능성을 80%로 보고 있다. 재닛 옐런 현 의장은 지명확률이 8%,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는 7%로 보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30년만에 처음으로 비경제학자인 파월이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되고, 옐런은 트럼프로부터 "너는 해고야" 소리를 듣게 된다.

파월이 지명될 것으로 보고 그가 비둘기파라는 점을 감안하면 낮은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예상할 수 있다. 이는 금융시장에서 달러 약세, 장기 인플레이션 예상에 따른 미 장기 국채 수익률 상승, 가치저장 수단인 금 가격 상승을 부를 수 있다.

그러나 성급한 판단은 삼가야 한다고 WSJ은 충고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볼커와 그린스펀 의장 당시 상황이다.

1979년 8월 지미 카터 대통령이 매파인 볼커를 연준 의장에 앉히자 투자자들은 연준이 금리인상으로 고공행진하는 인플레이션을 잡을 것으로 예상했다. 초기에는 이 예상이 맞아떨어졌다.

장기 인플레이션이 낮아질 것이란 전망으로 장기 금리는 떨어졌고, 금 값 역시 하락했다. 미 달러는 뛰었다.

그러나 2주 정도만 예상이 적중했다.

인플레이션이 급등하자 볼커는 투자자들이 예상했던대로 단기금리 인상에 나섰다. 미 기준 금리는 사상최고 수준인 22%까지 올랐다. 그렇지만 이는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났다가 곧바로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침체(더블딥)를 불렀다.

이렇게 되자 볼커가 시장 예상대로 행동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정반대가 됐다.

미 국채 수익률은 급등해 1981년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이 16%에 육박할 정도로 뛰었다.

금 값은 하락 예상이 무색하게 거품 소리를 들을 정도로 폭등했다. 볼커 지명 당일 온스(31.1g)당 304달러였던 금 값은 이후 매파 정책 예상으로 282달러로 떨어졌지만 5개월 뒤 835달러로 3배 가까이 폭등했다.

달러는 강세 전망과 달리 하락했다.

볼커 트레이드는 사장됐다.

1987년 볼커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그린스펀 시절에는 투자자들이 더 큰 고통을 받았다.

매파라는 점에서는 볼커와 같았지만 금융 규제완화주의라는 점에서 차이가 났던 그린스펀은 초반에 예상대로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같은 공격적인 태도는 고작 두달밖에 가지 못했다. 그해 10월 주식시장이 '블랙먼데이' 폭락사태에 직면하자 그린스펀은 곧바로 시장 안정에 나섰고, 필요할 경우 언제든 돈을 풀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시장 폭락 상황에서 일정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이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것처럼 그린스펀이 투자자 보호에 나섰다고 해서 '그린스펀 풋'이라는 말이 만들어질 정도로 시장친화적인 모습으로 돌변했다.

매파 성향을 보였던 그린스펀 임기 동안 규제완화와 더딘 금리인상이 이어지면서 그린스펀이 퇴임하던 2006년 미 금융주는 1987년 그의 취임 당시에 비해 653%, 비금융주는 319% 폭등했다.

그러나 이는 2008년 금융위기의 씨앗이 돼 금융주 붕괴를 불렀고, 그린스펀 취임 당시 금융주를 사들였던 이들은 지금까지도 수익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WSJ은 파월이 옐런처럼 통화정책에서는 비둘기파 성향이지만 옐런에 비해 규제완화에는 더 우호적이라는 점이 어떻게 작용할지 알 수 없다면서 이전 경험에 비춰보면 파월 지명을 예상하더라도 당분간은 그의 정책이 윤곽을 드러낼 때까지 지켜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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