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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수주 규제 강화에 건설사 속앓이

윤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31 17:48

수정 2017.10.31 21:47

공사비·브랜드 인지도 싸움… 중견업체 자리 좁아져
"갑인 조합은 두고 을인 건설사만 건드리나" 반발도
지난 9월 27일 서울 올림픽로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임시총회' 모습.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수주전은 과도한 제안으로 정부의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사진=서동일 기자
지난 9월 27일 서울 올림픽로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임시총회' 모습.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수주전은 과도한 제안으로 정부의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사진=서동일 기자


정부가 재건축 공사 수주 과정에서 일어나는 각종 불법행위 차단을 골자로 한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제도 개선안'을 발표한 가운데 건설업계가 고민에 빠졌다.

과도한 경쟁과 불법행위를 근절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시공사 선정이 브랜드 인지도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고, 지나치게 건설사만 타깃으로 규제가 나왔다는 불만까지 나온다.

특히 "시공사 선정 입찰전에 이뤄지는 과도한 홍보활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제기도 나왔다.

■브랜드 인지도 없으면 수주전 고배?

10월31일 건설업계는 국토교통부가 강남권 재건축 단지 중 근래 시공사를 선정했거나 선정 예정 단지를 집중단속 하겠다고 밝힌 만큼 첫 단속 사례에 걸리지 않고자 신경을 곤두세운 모습이다.
다만 이번 개선안 발표로 인지도 높은 브랜드를 가진 일부 건설사만 유리한 상황이 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국토 부는 건설사가 공사비를 입찰 제안보다 일정비율 이상 증액할 경우 한국감정원에 적정성 검토를 받도록 했다.

결국 수주전에 참여하는 건설사가 조합원의 눈길을 끌려면 공사비를 대폭 낮추거나 브랜드를 앞세워야 하는데, 이로인해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를 가진 건설사만 더 환경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 또는 설계로만 경쟁을 해야하지만 공사비를 줄이는데는 한계가 있어 브랜드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결과적으로 기존 메이저 브랜드에 대한 편중이 더욱 심화돼 대형사와 중견사간의 수주 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입찰이나 홍보 부분 등에 제한이 있다보니 실질적으로 브랜드를 위주로 평가하지 않겠냐"면서 "입주 뒤 아파트값이 오르는데 더 유리한 메이저 브랜드 위주로 조합원들이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많아, 지금보다 브랜드 경쟁이 훨씬 과열될 것"이라고 했다.

■"건설사만 타깃" 볼멘소리도

좀 더 정교한 대책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B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입찰 전에도 과도한 홍보 경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은 다뤄지지 않아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개선안에서는 입찰 단계의 경우 시공과 관련없는 이사비나 이주비 등을 제안하는 방안만을 금지하고 있다.

또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정비사업은 사업주체가 건설사와 조합인데 조합에 대한 가이드라인 보다는 지나치게 건설사만을 한정한 일방적인 가이드라인만 나온 거 같다"면서 "사실상 수주과정에서는 건설사가 (조합에게) '을'일수 밖에 없는데 세세한 부분까지 어떻게 조합을 설득시켜야 할지 난감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부재자 투표기간을 하루로 축소한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시.도나 해외에 거주해 총회 참석이 곤란한 조합원으로만 한정해 부재자 투표기간을 하루로 제한하는 것은 또다른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부재자 투표는 보통 총회를 앞두고 2~4일간 진행돼 왔는데 최근 건설사의 매표 행위 등 각종 불법 행위가 도마위에 오르면서 수주전을 혼탁하게 하는 주범으로 꼽혀왔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는 주로 주말인 일요일에 열린다"면서 "주말에 개인 사정이 있는 조합원들 중 의사가 명확한 분들이 보통 부재자 투표를 미리 해놓고 주말을 즐기는데, 이제는 3시간 넘게 걸리는 총회에 직접 참석해 자리를 지켜야하다보니 조합원들의 불편함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최근 부재자 투표 기간 동안 이뤄진 불법행위는 근절돼야 맞지만 무조건 부재자 투표를 불법행위 근원제도로 판단하고 축소시키는 것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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