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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균기자의 한국 골프장 산책>베토벤의 '비창'을 닮은 곳, 경기도 여주 한라세라지오CC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02 08:50

수정 2017.11.02 08:50

경기도 여주 한라세라지오CC 전경.
경기도 여주 한라세라지오CC 전경.
여주(경기도)=정대균골프전문기자】'론도 형식'이라는 게 있다. 한 주제가 계속 반복돼 관객들의 귀에 쏙쏙 들어와 쉽게 기억할 수 있고 즐거움도 배가 된다는 장점이 있는 음악 형식을 말한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과 21번 '발트슈타인'이 대표적 곡이다. 두 곡 모두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에 빠른 리듬이 더해진 경쾌함으로 청중을 곡 속으로 쏙 빠져들게 한다. 뿐만 아니다. 연주가 계속되면서 어깨까지 들썩이게 한다.


그런 베토벤의 비창을 닮은 골프장이 있다. 18홀 전 홀이 각각의 독특한 특징을 가져 라운드를 진행하면 할수록 긴장감과 흥미가 배가 되기 때문이다. '18홀18색'을 자랑하는 경기도 여주 한라세라지오CC(대표이사 문준용)다. 세라지오는 도자기를 의미하는 세라믹의 '세라'와 땅을 의미하는 '지오'의 합성어다. 다시말해 '도자기를 생산할 수 있는 좋은 토질의 아름다운 땅에 터 잡은 골프장'이라는 함축적 의미를 내포한다.

경기도 여주 한라세라지오CC 지오코스 4번홀.
경기도 여주 한라세라지오CC 지오코스 4번홀.
소나무 숲을 그대로 살려 홀별 독립성 보장
경기도 여주는 싸리산에 좋은 백토가 있어 옛부터 도요지로 유명한 곳이다. 한라세라지오는 남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신륵사 인근 오학과 북내의 약 100만㎡에 조성된 18홀 정규 회원제 골프장이다. 한 마디로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 곳에 들어서면 뭔지 모르게 다른 기운이 느껴진다. 절로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이 골프장은 2011년에 개장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골퍼들의 인구에 그닥 널리 회자된 골프장은 아니다. 그러나 막상 라운드를 한 번 해보면 엄청 '횡재'한 느낌을 갖게 하는 골프장이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마지막 18번홀을 마치고 나면 진한 여운이 남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금까지는 저평가 된 것이 사실이다.

코스는 고려말 이색의 시구에 나오는 것처럼 '들은 평평하고 산은 멀다'는 여주의 입지적 특성에 딱 어울리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전체적으로 산악지형이지만 산세가 깊고 높은 곳은 아니다. 그렇다고 전체적인 풍광이 밋밋할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 곳이 어떤 땅인가. 예부터 산, 강, 그리고 들이 조화를 이뤄 한폭의 산수화를 연상할 정도로 자연 풍광이 아름다워 풍류객들로부터 중국의 '서호', 평양의 '대동강'으로 불렸던 여주다.

높이만 놓고 본다면 동네 어귀 앞산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울창한 소나무 숲이다. 18홀 코스는 그런 소나무 숲 지형을 그대로 살려 조성했다. 그래서인지 홀별 독립성이 철저하게 보장된다. 이는 여름이면 특히 진가를 발휘한다. 홀간 이동 거리가 길어 숲길을 따라 이동하면서 시원하게 피톤치드 샤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홀간 이동로와 홀 주변에는 계절별로 각종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수종이 다른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 서있다.

경기도 여주 한라세라지오CC 지오코스 8번홀.
경기도 여주 한라세라지오CC 지오코스 8번홀.
관능미 넘치는 팔등미인의 속살 같은 코스
세라지오 코스는 쉬운 듯 하면서도 실제로는 스코어가 잘 나오지 않는다. 이유가 있다. 우선 전장이 6741m(7372야드)로 녹록치 않다.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면 공략 루트가 확 시야에 들어 오지 않은 홀이 많다는 것도 핸디캡을 잡아 먹는 귀신이다. 전체적인 고도는 완만하다. 그런데 그게 또 사람 환장하게 만든다. 마치 관능미 철철 넘치는 팔등신 미인 같다. 그것이 부리는 교태(嬌態)에 정신줄을 놓은 인사가 한 두 명이 아니다. 특히 두 번째, 세 번째샷으로 그린 공략시 거리 계산에서 많은 실수를 범하게 된다. 그린은 기본적으로 언듈레이션이 심한데다 미세한 브레이크가 있다. 그린을 신중하게 살피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보기 쉽다.

세라코스는 낮은 구릉성으로 평야와 교차되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 넓고 시원스런 호수, 코스와 코스 사이 계곡을 타고 흐르는 계류가 골프코스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조성됐다. 기존 소나무에 활엽수를 식재해 여성스런 부드러움과 아름다움이 더욱 부각됐다. 리듬을 타듯 긴장감과 흥미를 유발시키는 코스 배치다. 특히 물소리, 바람소리와 드넓은 호숫가에 서있는 삼지송이 어우러진 6번홀(파3), 7번홀(파5)이 압권이다.

지오코스는 하늘을 찌를 듯한 소나무 숲의 지형을 살려 조성됐다. 병풍처럼 펼쳐진 암벽과 곧게 뻗은 낙락장송이 어우러진 남성적인 코스로 암벽과 계곡을 타고 흐르는 폭포, 계류 주변의 다양한 야생화와 각 홀별 다른 수종의 나무들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역동적이고 전략적인 공략을 요구하는 생동감 있는 코스로 골프의 묘미를 한층 더 느끼게 한다. 특히 3번홀(파4), 4번홀(파3), 5번홀(파4)은 풍광이 아름다운데다 도전적인 코스로써 스코어가 좋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이루 형언할 수 없다. 그만큼 야성적인 홀인 것이다.

경기도 여주 한라세라지오CC 클럽하우스 전경.
경기도 여주 한라세라지오CC 클럽하우스 전경.
제2영동고속도로 개통으로 접근성 대폭 개선
클럽하우스는 내장객들의 충분한 휴식과 안정된 플레이를 도울 수 있도록 설계에서부터 전체적인 동선을 짧게, 효율적으로 배치했다. 특히 고객의 동선과 직원 서비스 동선을 분리한 것이 특징이다. 로비에 들어선 순간 수직적 공간의 높고 넓은 천정이 눈에 확 들어온다. 웅장함은 말할 것도 없고 경이로움까지 들게 한다. 코스 전경을 바라볼 수 있게 설치한 창문은 라운드에 대한 흥분과 기대감을 심어 주기에 충분하다.

로비를 중심으로 좌측에는 프로샵, 락카, 사우나, 우측에는 호텔식 레스토랑과 다양한 연회 및 세미나 등 각종 단체모임과 행사가 가능한 6개의 룸이 갖춰져 있다. 따라서 비즈니스를 위한 미팅 공간으로도 손색이 없다. 락카입구에는 DID홍보판을 설치해 각 홀에 대한 영상과 함께 코스 공략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매너 골퍼를 위한 골프장 에티켓 등을 소개하므로써 내장객들이 서로 배려하는 속에서 라운드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차별화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한라세라지오CC는 개장 첫해에 대한민국 10대 뉴코스에 선정됐다. 이후 2016년까지 5년 연속 '코리아 베스트 코스 골프장'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작년 11월에는 제2영동고속도로가 개통 되면서 접근성도 좋아졌다. 서울(잠실 기준)에서 대신IC를 통해 골프장까지 자동차로 40분대면 도착할 수 있게 된 것. 돌아서면 다시 찾고 싶은 세라지오가 그만큼 우리와 더 가까워진 것이다
.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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