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스타트업과 코스닥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02 16:55

수정 2017.11.0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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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스타트업과 코스닥


저성장이 일상이 된 시대다. 경제위기 이후 많은 나라들이 불황과 저성장으로 신음하고 있지만, 우리 경제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이 있어 깊은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대기업 중심의 성장전략에도 한계가 있다. 대기업의 실적이 좋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핀란드 경제의 4분의 1을 차지하던 노키아의 몰락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최근 핀란드 경제가 청년 창업붐에 힘입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노키아 쇼크 이후 노키아가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창업한 기업이 1000개를 넘는다. 세계적 모바일 게임인 '앵그리버드'와 '클래시오브클랜'도 이때 설립된 스타트업들의 작품이다. 청년 창업붐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한 핀란드의 사례는 그들과 경제구조가 유사한 우리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스타트업이 아무리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더라도 혼자의 힘으로는 성공하기가 힘들다. 이들이 성공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자금, 판로를 갖춘 대기업과 코스닥기업들의 투자와 지원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C-Lab'이나 포스코의 '아이디어 마켓 플레이스'와 같은 체계적 지원뿐만 아니라 코스닥기업 인탑스의 '페이퍼 프로그램'과 같은 협업은 창업생태계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앞다퉈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구글은 지난 5년간 총 14개의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성장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이에 비해 반도체와 모바일 등 코스피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나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창업 및 벤처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대기업의 경영환경 안정과 이를 통한 활발한 상생이 필요한 대목이다.

자금은 스타트업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분야다. 중소벤처기업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창업한 스타트업은 대부분 자기자금이나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반면 엔젤투자나 벤처캐피털로 투자받은 경우는 0.7%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벤처투자업계에서는 투자한 자금에 대한 회수 문제를 모험자본 투자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코스닥시장은 모험자본 회수를 위한 대표적 엑시트시장 기능을 할 수 있다. 특히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적자상태에 있더라도 뛰어난 기술만 있으면 상장할 수 있도록 기술특례제도가 특별히 마련돼 있기 때문에 열정과 패기로 무장한 중소.벤처 기술기업들에 코스닥시장은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


대기업 취직을 준비하는 젊은이보다는 청년 코스닥 최고경영자(CEO)를 많이 배출하고, 몇 그루의 거목에 지탱하던 경직된 경제체질을 다양하고 도전적인 어린 묘목들로 채워 몇 년, 몇 십 년 후 울창한 숲으로 가꿔 나가자. 이를 통해 우리는 코스닥시장이 더욱 성장 발전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재철 코스닥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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