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한·중 관계 복원과 수업료

정훈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02 16:55

수정 2017.11.02 16:55

[데스크 칼럼] 한·중 관계 복원과 수업료


한·중 외교부의 관계 정상화 합의문, 이른바 '한·중 관계 복원' 발표로 유통·제조업체들이 매출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화색이 돌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대중국 수출에 대한 기대감에, 유통업체들은 시장의 '큰손'인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가 귀환한다는 소식에 잔뜩 부풀어 있다. 동시에 중국시장 공략과 유커 모실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번 한·중관계 복원 발표는 지난 6개월간 억눌린 산업계의 가슴을 후련하게 풀어줄 특급 호재임에 틀림없다. 중국인 관광객이 다시 몰려오고, 중국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주름살도 펴질 것이다.

중국과 교류가 많은 유통과 제조업체들은 6개월여에 걸친 중국의 '사드몽니'에 최소한 수조원의 직간접 손실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했다.
올해 '반년 농사'를 망친 셈이다. 국민들도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것은 물론이다. 지난 3월 정부의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과 함께 중국의 직간접적 경제보복이 시작된 이후 지난 6개월 동안 정부나 기업이나 말 그대로 '속수무책'으로 속앓이를 했다. 하소연할 곳마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전격적인 한·중 관계 복원 합의는 여당의 평가처럼 '경제적 피해와 우려를 씻을 수 있는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그렇지만 이번 관계 복원을 영원한 한·중 관계 정상화라고 믿는 이는 없다. 중국의 사드보복과 합의 내용 등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과 과제를 던져줬다. 당장 이번 합의문에서 한·중 간 외교해법으로 정부가 제시한 이른바 '3대 조건'은 또 다른 갈등 소지를 잉태하고 있다. 이행 과정에서 양국의 이해가 엇갈릴 소지를 충분히 안고 있다. 일각에서 미봉책이라고 지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게 아니라도 그동안 중국의 행태를 볼 때 제2, 제3의 사드보복, 이른바 차이나 리스크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중국은 자국의 정치적 실리에 따라 즉흥적인 경제보복을 서슴지 않는다. 이번 사드보복 과정에서 우리는 차이나 리스크라는 수업료를 톡톡히 지불했다. 예방주사도 단단히 맞았다. 그런 점에서 수업료, 예방주사라는 말이야말로 앞으로 한·중 관계에서 정부나 기업이나 국민이 지향해야 할 키워드다.

혹독한 수업료를 지불한 뷰티기업들은 중국의 사드보복 이후 뷰티의 본고장인 유럽과 미국 등으로 눈을 돌려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제과업체와 유통기업들도 동남아는 물론 일본, 미국 등지로 영토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그런데 한·중이 관계를 복원키로 합의했다고 해서 사드보복 이후 기업들이 공들여 온 시장다변화와 탈중국 전략에 손을 놓거나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시장다변화에 더욱 힘을 실어 다시 올 수 있는 차이나 리스크를 줄여나가야 한다. 우리보다 앞서서 센카쿠열도 사태로 중국으로부터 무역보복을 당하자 무역다변화로 차이나 리스크를 벗어난 일본의 사례를 본보기로 삼을 만하다.


그렇다고 중국시장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중국은 우리 기업들에 인구나 경제규모나 유통 효율성이나 여러모로 따져볼 때 절대로 소홀히 하거나 외면할 수 없는 매력적인 시장임은 틀림없다.
이참에 이미 중국에 진출한 기업은 물론이고 새로 중국대륙 공략을 준비하는 기업들 모두가 막연한 기대감이나 환상을 버리고 냉정하게 앞문은 물론이고 뒷문까지 꼼꼼히 챙기는 자세가 요구된다.

poongnue@fnnews.com 정훈식 생활경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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