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지방분권, 이제는 실천이다

김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02 17:41

수정 2017.11.02 17:41

[특별기고] 지방분권, 이제는 실천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지방분권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지난 10월 26일 여수선언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방분권공화국을 약속했고 자치입법, 자치행정, 자치재정, 자치복지권 등 지방자치권을 헌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지방자치의 날(10월29일)을 전후해 '지방분권 토크쇼'를 진행 발전을 논의했다. 이때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조연설에서 "정부가 시키는 것만 해라, 시키지 않는 것은 하지마라, 이게 지금 지방자치의 현실이다"며 "서울시장으로서 부시장 한명을 두려고 해도, 실.국을 하나 만들려고 해도 지방정부의 권한이 없어서 못하고 있다"며 지방정부의 재정자립과 자치입법권 등을 강조했다.

필자가 지방정부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은 바로 지방정부의 조직에 관한 자율성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본다. 아직까지도 '지방자치법' 및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 등의 법령은 지방정부의 부단체장 정수뿐 아니라, 행정기구 수까지 일률적, 세부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방정부의 행정수요에 맞는 조직구성이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광화문 재구조화 사업' 등 중앙정부와의 협업이 필수적인 국정과제 추진을 위해서도 자율적으로 국 단위 이상의 신규 전담조직을 만들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방자치 22년 역사가 무색할 정도로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출장소'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피부에 느껴진다.

지방이 자율적으로 조직을 구성할 수 있게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시민을 위한 정책을 펼 수 있도록 지방정부의 손발을 자유롭게 해 주는 것이고, 책임행정을 실현하는 지름길이다. 지방자치를 시행하는 주요 선진국에서 자치조직권을 부여하지 않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조직자율권은 지방정부의 보편 타당한 권리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지방정부에는 도시외교, 문화, 안전과 건강 등 그 무엇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특히 서울은 경제, 문화의 중심지라는 위치와 특수성으로 인해 행정수요가 날로 더욱 복잡해지고 전문화되고 있어 새로운 행정수요에 맞는 전담조직이 갖춰져야 시민의 요구와 눈높이에 맞는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조직의 자율권을 지방정부에 부여했을 때 조직이 방만하게 운영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지방자치 22년의 역사 동안 자치역량이 성숙해 현재도 충분히 자율권 확대가 가능하다. 지방정부가 갖는 권한에 대해 지방의회와 언론, 시민사회 등의 견제장치가 작동하고 있고, 높아진 시민의식 역시 지방정부가 올바르게 기능할 수 있도록 조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혜적인 자율권 부여를 넘어 이제 과감한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앙정부는 법령에 의한 '사전규제'에서 '지원.컨설팅'과 '사후평가'로 기능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중앙은 지방의 자율성에 대한 성과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시민들에게 공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지방자치의 주체인 주민들이 지방정부를 감독하고, 지방정부 스스로가 자정작용을 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될 것이다.


지방분권에 가장 의욕을 보이는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지방분권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하나씩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중앙과 지방이 기획 초기 단계부터 다양하고 긴밀한 소통을 실천해 나가야 함은 물론이다.
앞으로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주민에 의한 진짜 지방자치를 실현시키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해법들이 제시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영기 서울시 정책기획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