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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걷기 좋은’ 나라를 위하여

김아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05 16:42

수정 2017.11.05 16:42

[차관칼럼] ‘걷기 좋은’ 나라를 위하여

사람에게 있어 규칙적인 걷기는 체중과 혈압, 혈당, 기분, 스트레스 관리 등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지방을 연소시키는 효과가 뛰어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기 때문에 심장마비를 37% 예방할 수 있다는 통계도 있다.

실제 건강 100세를 위해 하루 1만보 걷기를 실천하는 행복한 시니어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주말이면 인사동길, 삼청동길, 가로수길을 찾아 북적이는 젊은이들의 모습도 친숙하다. 걷고 싶은 길을 만들면 사람과 기업이 모여들고 도시가 숨 쉬어 경제·문화적 재생이 이뤄진다는 어느 학자의 '걷기예찬'이 떠오른다.

그런데 걷기 위해 조성된 도심지역이나 걷기 좋은 관광지를 제외한 우리 주변 보행환경은 개선의 여지가 많다.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사망사고의 40%가 보행 중 발생한 사고라고 한다. 여기에는 보행자를 배려하지 못한 보행환경의 원인도 있겠으나 교통규칙을 위반하고 보행자를 고려하지 않은 운전자의 낮은 안전의식이 주된 요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가 하면 무단횡단이나 보행 중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등 보행자의 부주의한 행동들이 보행안전을 위협하기도 한다. 특히 무단횡단은 보행자의 안전의식 부재로 인해 발생하는 만큼 성숙한 보행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보행자 스스로 안전수칙을 인식하고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겠다.

정부는 우리 국민의 보행안전 문화의식 향상을 돕고자 매년 11월 11일을 보행자의 날로 지정하고 기념해왔다. 숫자 11을 닮은 튼튼한 두 다리로 열심히 걷자는 의미다. 올해로 8회를 맞는 보행자의 날에도 다양한 캠페인과 국민 참여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정책적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먼저 올해 초 발표된 제8차 국가교통안전기본계획(2017~2021년)에서는 보행 중 사망자 수를 지난해 1714명에서 2021년 1049명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서 도심 차량 속도를 낮추고(60㎞→50㎞), 마을주민 보호구간 내 도로시설 개선, 취약구간 방호울타리 설치 등 안전시설을 단계적으로 확충해 나가고 있다.

또 농촌마을을 찾아가 경운기, 트랙터 등 농기계에는 야광 반사판을 부착하고 어르신들께는 야광지팡이와 야광조끼 등 안전용품을 나눠드렸다. 보행 중 사고발생률이 높은 어린이·고령자를 대상으로 현장 체험 등 실습 위주의 안전교육을 하는 등 맞춤형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도'에는 교통약자를 먼저 배려하고 살피는 정책을 펼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 보도 턱 낮추기, 차량 진입을 방지하는 말뚝 정비,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 설치, 유모차 및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공항·여객 터미널 내 출입구 턱 제거, 자동출입문 설치 등 보도시설 개선사업과 편의시설 확충사업이 대표적이다. 이런 정책은 교통약자의 보행편의를 배려하고 궁극적으로는 국민 모두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큰 틀에서 보고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정책과는 달리 교통약자와 보행자 입장에서 세심하고 면밀하게 살피면서 가야 하는 정책이다.
소통이 필요한 정책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교통정책의 패러다임이 자동차 통행 위주에서 '사람' 중심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는 이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가오는 보행자의 날이 정부의 정책 의지에 공감하고 동참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맹성규 국토교통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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