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국내기업에는 호통, 외국기업에는 침묵하는 '역차별 국회'

정용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07 06:00

수정 2017.11.07 06:00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현 글로벌투자책임·GIO),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진=연합뉴스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현 글로벌투자책임·GIO),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진=연합뉴스

네이버, 카카오 같은 한국 기업들이 안방에서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에게 역차별 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 국정감사에서 조차 한국 기업만 질타를 받으면서 '한국 기업 역차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지난 10월 30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를 비롯해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 존리 구글코리아 대표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거물이 대거 증인으로 출석했다.

■ 구글에는 '벙어리', 네이버엔 '호통'
그러나 이 날 과방위원들의 질의와 질타가 이해진 창업자를 비롯한 한국 기업 증인들에게만 집중돼 논란을 키운 것. 게다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글로벌 기업은 공정하고 투명한 반면 한국 기업들만 불투명하다고 질타했다. 과방위 위원들은 이 창업자를 향해 "거대 포털을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네이버가 '슈퍼 갑(甲)'의 지위를 이용해 중소상공인들의 피눈물을 쥐어짜고 있다는 것이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구글은 허위 클릭이나 검색어 조작을 통한 불법 광고에 강력히 대응하는데, 네이버는 손을 놓고 폭리만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은 네이버를 생태계 교란생물인 '갯끈풀'이라 빗댔다. 급기야 김성태 자유한국당 비례대표는 "네이버가 국민을 기만하고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당사자”라고 거친 표현을 쓰면서 정면에서 면박을 줬다.

이 전 의장도 가만있진 않았다. 그는 "구글이 세계 검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네이버가 이 상황에 한국에서 검색 점유율 70%를 지킨다는 사실만 봐서는 안 된다."고 항변했다.

특히 마지막 발언 기회에는 손을 들며 작심한 듯 호소했다. 그는 "페이스북·구글은 어마어마하게 돈을 벌지만 얼마를 버는지도 모르고, 세금도 안 내고, 고용도 없으며, 트래픽 비용도 안 내고 있다"며 유럽·중국 정치인들은 자국의 기업들이 제대로 경쟁할 수 있게 법을 만들고 문제를 막기 위해 노력한다"고 맞받았다.

과방위 위원들은 네이버에 퍼붓던 공세와는 달리 다국적 기업에 대한 지적은 상대적으로 짧게 스쳐 갔다. 이경진 국민의당 의원이 애플코리아·구글코리아·페이스북코리아 증인들에게 매출 관련 질의를 했지만, 세 회사 모두 “본사만 안다”며 즉답을 피했다.

‘구글세(Google tax)’도 마찬가지였다. 그간 업계에서 '밀린 숙제'처럼 여겨졌지만 이번에도 원론적인 언급만 이어갔으며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논의도 없는 헛물만 켜고 말았다.

국내에서 구글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연간 1조3400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을 뿐 정확한 데이터는 없다. 수익 규모가 정확히 공개되지 않으니 세금의 적절성 여부도 판단할 수 없는게 현실이다.

■ '아이폰X'같은 초고가 프리미엄폰 출시되는데.... 삼성전자만 질타
이날 참석한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국내외 스마트폰 가격 차별을 이유로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에 대해 고 사장은 “지금 세상은 어느 특정 국가에서만 비싸게 스마트폰을 출시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며 한국 소비자 차별 문제를 일축했다.

그러나 과방위 위원들은 최근 애플이 '아이폰X' 출시를 앞두고 한국 출고가를 미국보다 비싸게 책정한 점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질의조차 하지 않았다.
아이폰X의 한국 출고가는 64GB 기준 142만원으로 미국에 비해 약 31만원 비싸다. 국회에선 애플에 대한 논의는 열외 대상이었다.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외 ICT 산업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제도와 기준이 국내에만 머물러 있다"면서 "국정감사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를 불러도 저렇게 호통칠 수 있겠느냐"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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