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벽골제와 다시 시작하는 과학농업

매년 9월 말에서 10월 초 전북 김제 벽골제 일원에서 열리는 '김제지평선축제'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지역축제로 꼽힌다. 국내 최대 곡창지대인 호남평야가 자리 잡은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드물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드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다.

축제 관람객들은 축제장에서 끝없는 황금들녘에 감탄하고 농경문화를 체험한다. 우리 조상은 무려 1700년 전 이곳에 국내 최초의 인공저수지인 벽골제를 만들었다. 과학농업을 통해 쌀 생산량을 극대화하겠다는 조상의 뜻이 담긴 유산이다.

우리가 과학농업 유산을 뒤로하는 사이 다른 국가들은 농업에서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

우리의 경상도 면적에 불과한 네덜란드는 세계 1위 농업국가인 미국 다음으로 농업 수출액이 많다. 지난 2015년 기준 네덜란드의 농산품 수출액은 740억유로(93조원)에 이른다. 우리나라 농산품 수출액의 25배에 달하며 국내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 수출금액보다 많다. 미국에 실리콘밸리와 그 안에 스탠퍼드대학이 있듯이 네덜란드 와헤닝헌에는 푸드밸리(Food Valley)가 있다. 세계 170개의 거대한 식품.생명기업 본사나 연구소가 밀집해 있고 1700개 관련기업, 농업분야 세계 최고 대학인 와헤닝헌대학이 있다. 세계 최고의 농업생명 기술이 사실상 여기에서 다른 기술산업과 융합되고 협업해 거대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17'에서 주목을 받았던 제품 가운데 하나는 한 창업기업이 선보인 책장 형태의 정보통신기술(ICT) 채소 텃밭이다. 자동으로 빛과 영양분이 공급되는 이 텃밭에서 소비자는 300W의 전기만 공급하면 4인 가족이 먹을 수 있는 채소를 365일 얻을 수 있다. 소비자가 손쉽고 안전하게 먹거리를 얻는 전자텃밭 시대가 열렸음을 예고했다.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에 농업관련 스타트업이 참여할 정도로 과학과 ICT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은 최근 농업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농업 스타트업에 투자된 자금은 28억3000만달러(3조2000억원)로 지난 2015년 20억1000만달러(2조3000억원)보다 40.7% 늘었다.

다행히 조상의 과학농업 숨결이 담긴 지역에서 농생명산업 혁신을 위한 노력이 기울여지고 있다고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전라북도, 전주시 등이 자금을 투입하고 그곳에 위치한 전자부품연구원, 전북테크노파크, 농업기술실용화재단 등이 기업들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농생명 SW융합클러스터 사업이 그것이다.


농업과 ICT 융합을 통해 농업 경쟁력은 물론 관련 분야 창업확대, 고용확대를 목표로 하는 이 사업은 이미 적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가축질병을 사전에 체크할 수 있는 가축용 온도센서가 개발되기도 했으며 드론 농약살포시스템, 스마트팜 관련 기술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벽골제를 통해 과학농업을 실현코자 했던 우리 조상의 염원이 농업과 ICT를 결합한 농생명SW융합 클러스터 사업을 통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