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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수출마저 ‘원화강세 암초’…한국 경제 곳곳 경고등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12 17:12

수정 2017.11.12 17:12

유가.원화.금리 ‘3高 시대’ 두바이유 70弗대 가능성.. 물가 뛰어 가계소비 위축
엔화 등 약세 원화만 강세.. 수출경쟁력 약화 직격탄
한은, 금리인상 기정사실
가계부채 이자 부담 가중
잘나가던 수출마저 ‘원화강세 암초’…한국 경제 곳곳 경고등

잘나가던 수출마저 ‘원화강세 암초’…한국 경제 곳곳 경고등

잘나가던 수출마저 ‘원화강세 암초’…한국 경제 곳곳 경고등

수출.투자 돛을 달고 순항하던 한국경제호가 암초를 만났다.

전 세계에서 수년간 이어지던 저유가.약달러.저금리 기조가 끝나고 고유가.고금리.원화강세 등 '3고(高)시대' 진입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악화, 내수위축 등 회복세를 보이는 우리 경제에 닥칠 수 있는 부정적 파고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0달러 넘보는 유가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가격에 영향을 주는 두바이유는 최근 2년4개월 만에 60달러대를 돌파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기간 연장 기대감과 함께 중동의 정치불안 사태가 더해지면서 유가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 이에 시장 일각에선 70달러대 진입을 점치는 전망도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국제유가 상승은 산유국 등 신흥국 경제개선에 따른 수출호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보기만은 어렵다. 그러나 석유제품이 상승하면 가계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적으로 물가상승 압력도 가중시켜 가계의 구매력, 실질가처분 소득을 떨어뜨리는 효과도 있다. 이 경우 성장률 둔화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유가의 추세적 상승 가능성을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미국산 셰일가스 증산이다. 국제유가가 상승할수록 미국산 셰일가스 생산량이 늘어나 유가의 추세적 상승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

하나금융투자 김훈길 연구원은 "유가가 상승하는 경우 약 3개월의 시차를 두고 미국의 산유량이 증가하면서 국제유가는 추가상승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설명했다.

오는 30일 예정된 OPEC의 감산안 계획이 연장된다 해도 실제 적극적 감산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있다.

■수출경쟁력 저하되나

원화는 10월 말부터 달러 대비 강세가 뚜렷한 모습이다. 3.4분기 깜짝성장을 보인 가운데 금리인상 가능성 상승, 북한 리스크 완화, 한.중 관계개선 등 우리 경제를 덮쳤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달러강세로 경상 및 재정건전성이 취약한 일부 신흥국 통화의 약세가 심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원화로 수요가 몰렸다는 해석도 있다.

이에 당분간 원화강세 기조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강달러 기조 속에 기타 통화 대비 원화의 '나홀로 강세'는 최근 우리 경제 호조를 이끈 수출산업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란 목소리도 높다. 특히 약세 기조를 보이는 엔화를 감안할 때 일본과 수출경합도가 높은 품목의 타격이 우려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 하락하면 국내 제조업체들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0.05%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현재로선 원화가 약세로 돌아설 만한 요인이 별로 없다"면서 "엔화는 달러 대비 약세가 되는데 원화는 강세가 되는 것도 문제다. 수출경쟁력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인상 속도 고심하는 한은

금리인상 시기와 속도도 변수다.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오를 경우 원리금 상환부담을 가중시켜 소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오는 30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이미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시중금리는 들썩이고 있다.

그동안 한은은 수년간 이어진 통화완화정책으로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등 금융불균형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왔다. 또 최근 우리 경제가 금리인상 충격을 감내할 정도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금리인상 가능성을 한층 높이는 요인이다.

시장에선 완만한 금리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무엇보다 경기호조 속에서도 좀처럼 오르지 않는 물가는 한은의 금리인상 결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 저물가 기조에서 금리인상 속도를 빠르게 가져가게 되면 자칫 살아나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다. 가계부채 부실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아울러 내년 차기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에 완만한 통화정책을 지지하는 제롬 파월 연준 이사가 지명된 점은 한은이 다음 금리인상까지 시차를 둘 것이란 전망에 힘을 더하고 있다.

다만, 연준이 내년 3차례의 금리인상을 예고한 만큼 한·미 간 금리역전을 피하기 위해 결국 한은도 연준과 비슷한 수준의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국제시장에서 미국의 장기국채금리가 주요국 장기금리를 결정하고 있기 때문에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도 쫓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내년 3월 말 퇴임하는 이주열 한은 총재의 거취를 통화정책의 가장 큰 변수로 꼽는다.

최 교수는 "이 총재 임기가 끝나는 3월 말까지 다소 여유가 있겠지만 후임 총재가 임명된 직후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국면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신한금융투자 신얼 연구원은 "이 총재는 차기 총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임기 내 최대한의 금리인상을 시도할 것"이라며 "차기 총재는 현 정부 정책에 부합할 온건 매파적 인물이 지명될 가능성이 높아 금리정상화 경로 유지 차원에서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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