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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여가구 선착순 계약? 투기꾼 가담했나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13 17:02

수정 2017.11.14 11:23

선착순 계약 문자로 알려와 실수요자들 밤새 줄서
앞자리 바꿔 주겠다며 돈 요구한 사람들 있어
면목 라온프라이빗 조감도
면목 라온프라이빗 조감도

주말을 앞둔 지난 10일 저녁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한 견본주택 앞에 사람들이 하나 둘씩 줄을 서기 시작했다.

쌀쌀한 날씨에 두툼하게 옷을 입은 이들은 11일 10시로 예정된 잔여세대 선착순 분양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초겨울 밤 바람은 연신 옷을 여미게 만들었지만 이들의 얼굴에선 시장에서 이미 '로또 아파트'로 대접받는 잔여물량만 받을수 있다면 모든 고충을 감수할수 있다는 결의가 묻어났다. 시간이 좀 지나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다가와 앞쪽 자리로 바꿔주겠다며 거액의 '자릿값'을 요구하기도 했다.

최근 주택청약자격이 강화되고 청약가점제가 확대되면서 일부 지역에서 부적격자가 급증하자 견본주택에서 나타나는 풍경이다.

특히 중견건설사들의 경우 부적격 물량을 선착순으로 공급하면서 일부에서는 "모두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공정한 방식이 아니다"며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분양한 라온건설의 면목 라온프라이빗과 한진중공업 휘경 해모로가 지난 11일 잔여가구에 대한 계약을 진행했다. 이번 계약은 정당계약 이후에 남은 잔여물량이 대상이었다.

■선착순 분양 또다시 등장…밤샘 줄세우기도

면목 라온프라이빗과 백련산 해모로는 각각 평균 청약 경쟁률 7.1대 1과 7.5대 1을 기록하며 나란히 1순위에서 마감됐다. 국토교통부가 예비당첨자 비율을 40%까지 늘렸지만 계약 포기와 부적격 당첨자에 따른 물량을 소화하지 못해서 나온 물량이다.

두 회사의 잔여계약이 주목을 받은 것은 선착순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면목 라온프라이빗의 경우 선착순 계약체결일 하루 전인 10일 저녁에 이같은 사실을 문자 메시지로 알렸고 수요자들은 부랴부랴 서류와 계약금을 준비해야 했다. 특히 인감증명서의 경우 인터넷발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준비된 수요자들 이외에는 속수무책이었다. 특히 면목 라온프라이빗은 앞자리로 바꿔주겠다며 돈을 요구한 정체불명의 사람들도 나타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실수요자는 "분양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이런 게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면서 "하루 전에, 그것도 저녁시간대에 문자로 알린 것은 뭔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지만 이런식은 수요자들을 위한 게 아니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결국 선착순 분양을 미리 알고 줄을 선 사람들부터 계약에 들어갔고 11일 두 아파트 모두 완판에 성공했다.

■실수요자들 몰리는데… 이렇다할 규정은 없어

잔여계약분 선착순 분양은 한동안 분양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형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선착순 분양은 소비자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대형사들은 하지 않는 방식"이라며 "이런 식이라면 견본주택 주변에 사는 사람들만 유리한 게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지난 10일 삼성물산의 래미안 DMC루센티아의 잔여가구 계약은 추첨방식으로 당첨자를 결정했다. 이 관계자는 "자릿값이 피(프리미엄)가 되는데 떳다방 등이 개입할 여지도 많다"고 우려했다.

정당계약이 끝난 이후의 잔여계약은 이렇다 할 기준이 없다.
하지만 최근 청약요건이 강화되면서 가점이 낮은 수요자들은 분양 당첨이 어려워지자 자격조건을 묻지 않는 잔여계약에 눈을 돌리는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당계약 이후에는 공개적인 방법으로 (계약을)하도록 돼 있고 나머지는 특별히 규정된 게 없다"면서 "모든 것을 제도적으로 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선착순 계약에 폐해가 있다면 그런 부분들은 개선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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