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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한국기업이 '동네북'인가요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13 17:08

수정 2017.11.13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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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한국기업이 '동네북'인가요

한 동네에 30년 넘게 장사한 오래된 빵집이 있었다. 빵맛이 좋다고 입소문을 타면서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이 집 빵을 먹어보겠다고 원정을 올 정도였다. 맛있는 음식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에서도 소개돼 음식 비평가들에게 극찬을 받았다. 그러나 음식 비평가들은 이 집의 유일한 단점으로 '비싼 가격'을 꼽았다. 주인장은 빵의 품질을 유지하기 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방편이라고 항변했다. 버는 만큼 세금도 투명하게 내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얼마 전 이 빵집 근처에 해외 유명 빵집체인이 새로 들어섰다.

해외 품질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본사 직영으로 운영돼 대부분의 직원도 외국인이었다. 그렇다 보니 매출은 대부분 해외 본사로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빵 가격은 30년 된 빵집보다 더 비쌌다. 그러나 얼마나 버는지, 세금을 투명하게 내고 있는지는 아무도 정확하게 몰랐다.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음식 비평가들은 이 빵집의 전문성을 극찬하며, 가격 문제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TV를 본 소비자들도 이 빵집의 빵 가격은 비싼 이유가 있을 것으로 믿고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최근 네이버-구글의 역차별 문제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를 보면서 언뜻 떠오른 생각이다. 신기한 점은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우리나라 기업에만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이다. 이번 국감에서 일부 국회의원은 네이버를 향해 "거대 포털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내에 유한회사로 등록해 매출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구글에는 관대했다. 구글이 허위클릭이나 검색어 조작을 통한 불법광고에 강력히 대응한다며 '칭찬'(?)을 늘어놓기도 했다.

똑같은 논란은 스마트폰 업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애플은 160만원 넘는 스마트폰까지 출시했는데, 그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하지 않으면서 삼성전자에만 스마트폰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에게도 스마트폰 출고가가 너무 높다는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똑같이 증인으로 출석한 애플코리아 리차드 윤 대표에게는 관련 질의조차 하지 않았다.

삼성이나 네이버가 무조건 옳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고가 스마트폰 때문에 특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면 이는 삼성은 물론 애플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네이버가 국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아니다. 구글이 국내에서 버는 만큼 세금을 내고 있는지도 함께 지적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회가 말이 통하고 만만한 한국 기업을 이용해 선정적으로 여론을 형성하려 한다는 오해를 하고 싶지 않다.

이설영 정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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