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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꽃 한송이로는 봄 아냐" vs 中리커창 "봄 강물은 오리가 먼저 아는 법"(종합)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14 00:13

수정 2017.11.14 03:46

韓 즉각 모든 분야에서 사드보복 조치 풀려야
中 사드 보복 자연스럽게 풀릴 것
漢詩 주거니 받거니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가 1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가 1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닐라(필리핀)=조은효 기자】 "꽃이 한송이만 핀 것으로는 아직 봄이 아니다. 온갖 꽃이 함께 피어야 진정한 봄이다."(문재인 대통령)
"봄에 강물이 따뜻해진다는 것은 강물에 있는 오리가 먼저 느끼는 법이다."(리커창 중국 총리)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13일 저녁 8시40분께(현지시간) 마닐라 시내 호텔인 소피텔. 문재인 대통령과 중국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리커창총리(중국 공산당 서열2위)가 중국 고전과 한시로 '실질적인 양국 관계개선 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주고 받았다.


문 대통령이 '꽃 한송이가 아니라 온갖 꽃이 다 피어야 진정한 봄'이라며 중국에 모든 분야에 대한 즉각적인이고 명확한 사드보복 조치 중단를 요구했다.

문 대통령이 인용한 말은 지난 2014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방한 직전 국내 언론매체에 게재했던 기고문에 나와있는 표현이다. 당시 시주석은 ‘바람이 좋으니 돛을 올려야 할 때(風好正揚帆)’라고 두 나라의 현재 관계를 표현하는가 하면, “꽃 한 송이 피었다고 봄이 온 것이 아니라 온갖 꽃이 만발해야 비로소 봄이 온 것이다”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말을 이어받은 리 총리는 '봄 강물이 따뜻해진다는 건 강물에 사는 오리가 먼저 안다'(春江水暖鴨先知·춘강수난압선지)는 중국 시인 소식(蘇軾)의 시구를 인용, 자연스럽게 중국의 사드보복조치들이 풀릴 것임을 시사했다. '봄이 온다는 것', 즉 양국관계 개선의 방법과 시기를 놓고 양측은 당초 예정됐던 회담 시간(30분)을 훌쩍 넘긴 50분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지난(10월31일) 한·중관계 개선 발표와 특히, 시진핑과의 회담(11월 11일)통해 양국관계가 정상적인 조속히 회복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며 "이런 토대 위에 오늘 회담이 지난 1년여 부분적으로 위축됐던 경제·통상·문화·인적교류 등 제반분야 협력을 실질적으로 회복시키고, 여타 양국간 공통관심사에 대한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협의하는 귀중한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보 진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말이 있듯이 그간 아쉬움을 기회로 전환시키고 서로 지혜를 모은다면 양국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빠른 시일내에 실질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회담이 다양한 실질 협력의 '다양한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리커창 총리가 중국 측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리커창 총리가 중국 측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리 총리는 즉각적이고 분명한 중국 당국의 사드보복 조치 해제보다는 자연스럽게 물밑조치가 이뤄질 것임을 예고했다. 리 총리는 "그간 양측은 예민한 문제를 단계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적극적인 진전을 이뤘다"면서 "한·중 관계도 적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으며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기울여준 노력에 대해 적극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양측의 공동의 노력을 통해서 한중관계를 조속히 정상적인 궤도에 추진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리 총리의 발언은 그간 중국 정부가 당국에 의한 사드보복조치를 공식화하지 않았던 것과 연결돼 있다. 당국에 의한 사드보복조치를 인정하지 않았던 만큼, 그 해제 조치 역시 물밑에서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표면적인 조치' 여부에 대해선 서로간에 입장차가 있었지만 큰 틀에서 양국은 '봄을 향해' 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이날 회담의 호스트는 중국 측으로 외교관계상 리 총리가 먼저 발언하는 게 순서였으나 중국 측의 양보로 문 대통령이 모두를 시작했다.

문 대통령이 리 총리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리 총리는 이달 회담에 중국 샤오제 재정부 부장(장관)과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을 대동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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