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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5.4 강진] "지표 얕은 곳서 발생하는 한국형 지진, 10배 이상 피해 클 것"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16 17:40

수정 2017.11.16 17:40

‘포항 강진’ 1년전 예측했던 가사하라 준조 도쿄대 명예교수
작년 경주지진후 본사가 개최한 긴급진단포럼서 경고
가사하라 준조 도쿄대학교 명예교수 사진=서동일 기자
가사하라 준조 도쿄대학교 명예교수 사진=서동일 기자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은 규모가 지난해 경북 경주 지진보다 작았지만 서울에서까지 강한 흔들림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해 보였고 피해도 컸다.

그 이유는 지진의 진원지가 얕았기 때문. 지난해 발생한 경주 지진의 진원은 지표 15㎞ 아래에서 발생했지만 이번 포항 지진은 불과 지표 9㎞ 아래에서 발생했다.

결국 지표와 가까운 곳에서 지진이 발생하면서 건물 파손 등의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세계적 지진전문가인 가사하라 준조 도쿄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11월 4일 부산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캠코마루에서 파이낸셜뉴스와 부산파이낸셜뉴스가 '한국형 지진대응체제 구축 시급하다'라는 주제로 개최한 2016 FN 긴급진단포럼 기조연설에서 "한국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진원이 얕기 때문에 같은 지진이라도 피해규모는 10배 이상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은 일본과는 다른 한국형 지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가사하라 교수의 조언이었다.

특히 지표에서 가까운 내륙형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한국은 일본에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지진 조기경보시스템(EEW)이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형 지진대책은 건물의 내진설계를 강화하는 등 별도의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가사하라 교수의 지적이었다.


■"한국의 지진은 내륙형 지진, 피해규모 외국보다 클 것"

지진의 규모는 지진파로 발생한 총에너지의 크기다. 리히터 규모로 국제적으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 반면 진도는 건물이나 사람이 느끼는 지진의 강도다. 이 때문에 같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발생지역의 특성과 진원의 깊이 등에 따라 진도는 달라진다.

가사하라 교수는 "한반도에서 일어난 지진은 일본의 구마모토 지진과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같은 규모라도 피해가 최대 10배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사하라 교수는 2016년 4월 일본 구마모토에서 일어난 전진은 규모 6.5였음에도 불구하고 진도는 7이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했다는 사례를 들며 "진원의 위치가 지표에서 가까우면 피해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원전조차 내진설계 기준 너무 낮아"

가사하라 교수는 "한국에서는 원전조차 내진설계 기준이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가사하라 교수는 "지표에서 가까운 곳에서 지진이 발생할 경우 상상할 수 없이 큰 피해가 예상되는데 지금처럼 진도 6에 견딜 수 있도록 돼 있는 내진설계 기준은 턱없이 낮아 기준 자체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에서도 고베 지진 이후 방재시스템을 전체적으로 재점검했다"며 "진도 6을 버틸 수 있도록 한 내진설계 기준을 7까지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서 지진으로 인해 위험한 피해가 발생할 확률은 30% 정도로 생각된다"며 "위기관리 시스템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가사하라 교수는 "시민들의 준비의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평상시 지진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비상용품 등을 꼭 구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부 등 수뇌부도 최악의 지진피해 상황을 가정하고 테스트베드 등 인프라 구축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가사하라 교수는 "진원이 얕은 내륙형 지진은 즉각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몇 초 전에 지진 알림이 전달되더라도 큰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이라며 사전피해예방대책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가사하라 교수는 "한반도는 그동안 지진이 거의 없었지만 현재 자주 지진이 일어나고 있다"며 "특히 2016년 5월 울산 지진은 1600년대 대지진과 같은 위치이기 때문에 재난방지를 위한 투자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cafe9@fnnews.com 이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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