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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평창 롱패딩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20 17:06

수정 2017.11.20 19:29

매년 겨울 뜨는 뉴스 키워드 중 하나가 패딩점퍼다. 지난 2011년 중고생 사이에선 N사의 패딩점퍼가 인기를 끌며 뉴스 포털을 달궜다. 가격은 25만~70만원대. 고가라는 이유가 오히려 학생들의 경쟁심을 부추기자 '계급도'가 탄생했다. 25만원대는 찌질이, 50만원대는 양아치, 70만원대는 대장이라 못 박았다. 그러다보니 형편이 어려운 부모들조차 무리해서 고가제품을 사줄 수밖에 없었다.

'등골 브레이커'라는 말이 이때 나왔다.
돈을 내는 부모의 등골을 부순다는 의미다. 가격 거품 논란이 일자 이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섰다. 공정위는 N사 제품을 유통하는 골드윈코리아가 소비자가격에 부담을 주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골드윈코리아가 전문점에 10년 넘게 할인판매를 금지해왔다고 판단, 52억원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거품이 낀 데는 그만 한 이유가 있다.

같은 해 유행한 캐나다 구스 점퍼는 '어른용 등골브레이커'로 떠올랐다. 가격은 100만원을 넘었지만 명품 패딩을 원하는 성인 소비자가 많아 품절 사태를 빚었다. 영하 수십도 극한의 추위를 막아주는 명품이란 인식 때문이다. 200만원을 넘는 몽클레어 패딩 역시 품절 대란을 맞았다.

평창 동계올림픽 한정판 구스 롱다운 점퍼, 일명 '평창 롱패딩'은 보름 만에 재고가 떨어졌다. 지난달 30일 롯데백화점 등 전국 공식 스토어 20여곳에서 2만3000장이 팔렸다. 22일 마지막 물량인 7000장 입고를 앞두고도 중고시장에서 웃돈이 붙어 팔리고 있다. 일부 매장에선 싸움이 벌어져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있었다. 3만장 한정판인 데다 등과 왼팔에 평창 올림픽 슬로건인 'Passion, Connected(하나 된 열정)'이라고 간결하게 찍힌 디자인이 소비자에게 먹혔다. 중견 의류업체가 조기 생산주문에 들어간 데다 다른 브랜드들과 거위털을 공동구매한 것도 가격을 낮춘 요인이다.
그 결과 14만9000원이라는 파격적 가격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제조업체인 신성통상은 "평창 올림픽에 모든 국민이 함께하면 좋겠다는 취지로 14만9000원이라는 단가를 책정했다"고 밝혔다.
고가 의류가 대접받는 세상에서 평창 롱패딩 품절 사태는 평창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주는 것 같아 반갑고 신선하다.

김성환 논설위원 ksh@fnnews.com 김성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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