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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명화] 2017년을 사는 여러분에게, 사랑하는 빈센트가.. ‘러빙 빈센트’

신민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22 07:13

수정 2017.11.22 07:13

'러빙 빈센트'의 주인공 아르망 룰랭과 그의 아버지 조셉이 빈센트 반 고흐의 <밤의 카페테라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애니메이션은 빈센트에 대한 오마주를 군데군데 배치해 관객들이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러빙 빈센트'의 주인공 아르망 룰랭과 그의 아버지 조셉이 빈센트 반 고흐의 <밤의 카페테라스> 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애니메이션은 빈센트에 대한 오마주를 군데군데 배치해 관객들이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러빙 빈센트?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땐 단어 구조가 비슷한 카핑 베토벤을 떠올렸다. 하지만 유명한 예술가 사후 그가 남긴 편지를 전달한다는 내용은 불멸의 연인에 가깝다.


러빙 빈센트는 빈센트 반 고흐의 권총 자살 1년 뒤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 아르망 룰랭은 아버지 조셉으로부터 죽은 빈센트의 편지를 대신 전해달란 부탁을 받는다. 조셉은 과거 빈센트가 동생에게 보내던 편지를 배달해온 집배원이다.

아르망은 아버지의 부탁을 해결하기 위해 평소 정신병자라고 생각해 왔던 빈센트의 일생을 되짚어 나간다. 뒤이어 그 죽음을 석연찮게 여기곤 프랑스 오베르로 향한다. 오베르는 빈센트가 자살 전 머물던 도시다.

이 애니메이션은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빈센트를 재조명했을 뿐 아니라 그 화풍으로 영상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감독 도로타 코비엘라는 아티스트 107명과 함께 6만 2450점의 유화로 10년 간 95분짜리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실제 애니메이션 곳곳에서 오마주가 묻어난다. 누가 보더라도 빈센트가 그린 것만 같은 유화가 움직이고 말을 한다. <우체부 룰랭의 초상> 속 조셉이 <밤의 카페테라스>에서 와인 잔을 기울이고, <아르망 룰랭의 초상>의 아르망은 <삼나무가 있는 밀밭>을 거닌다. 관객들은 익숙한 명화가 등장할 때마다 작은 탄성을 터뜨린다.

왼쪽부터 가셰 박사(빈센트 주치의), 마르그리트(가셰의 딸), 빈센트 반 고흐, 아르망 룰랭(주인공), 조셉 룰랭(주인공의 아버지). '러빙 빈센트'는 아르망이 빈센트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해소하는 과정을 그린다. 언뜻 라쇼몽을 떠올리게 만들지만 이야기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 (이미지 제작= 신민우 기자)
왼쪽부터 가셰 박사(빈센트 주치의), 마르그리트(가셰의 딸), 빈센트 반 고흐, 아르망 룰랭(주인공), 조셉 룰랭(주인공의 아버지). '러빙 빈센트'는 아르망이 빈센트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해소하는 과정을 그린다. 언뜻 라쇼몽을 떠올리게 만들지만 이야기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 (이미지 제작= 신민우 기자)
아르망은 오베르에서 뱃사공, 여관 딸, 의사 등으로부터 빈센트에 대한 서로 다른 얘기를 접한다. 뱃사공은 마르그리트라는 여인과 빈센트가 애틋했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녀는 이를 부정한다.

여관 딸은 주치의 가셰가 죽어가는 빈센트를 방치했다고 증언한다. 정작 아르망이 살인용의자로 꼽은 르네는 여관에서 권총을 구입했다. 심지어 의사 마제리는 타살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나선다.

이렇듯 망자(亡子)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펼치는 건 일본 고전영화 라쇼몽과도 닮아 있다. 하지만 이야기 흐름은 그 영화에 미치지 못한다.

아르망이 빈센트의 죽음에 의문을 갖고 탐문하는 건 추리극에 가깝다. 애니메이션 장르도 미스터리다. 관객들은 극 중 의혹이 쌓일수록 타살에 무게를 두지만, 후반부에 가셰가 등장해 사인(死因)을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확정 지으며 영화는 모호하게 마무리된다.

지금까지의 의심이 무너지면서 관객들은 다소 허무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미스터리 장르에 맞지 않게 박진감도 부족해 따분함도 느껴진다. 다만 애니메이션이 차용한 추리형태는 빈센트의 삶과 함께 그가 느꼈을 외로움을 이해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단 점을 고려해야 한다.

서사구조를 떠나 예술작품을 감상한다는 마음이라면 이만한 영화도 없다. 인지도가 높지만 정작 많은 이들이 모르고 지나쳤던 빈센트의 생애를 들여다 볼 기회다. 특히 애니메이션이 전반적으로 빈센트의 화풍으로 제작된 반면 회상 장면에는 사실주의에 기반을 둔 흑백 그림을 사용해 현실감을 높였다.

'러빙 빈센트'는 아티스트 107명이 빈센트 반 고흐의 화풍을 따라 그린 6만 2450점의 유화로 제작됐다. 엔딩곡은 '별이 빛나는 밤에(Starry Starry Night)'다. 빈센트에게 바치는, 가장 빈센트스러운 헌사인 셈이다.
'러빙 빈센트'는 아티스트 107명이 빈센트 반 고흐의 화풍을 따라 그린 6만 2450점의 유화로 제작됐다. 엔딩곡은 '별이 빛나는 밤에(Starry Starry Night)'다. 빈센트에게 바치는, 가장 빈센트스러운 헌사인 셈이다.

또 돈 맥클린이 빈센트에게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별이 빛나는 밤에(Starry Starry Night)’를 영화 엔딩곡으로 사용했다. 현대 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빈센트에게 바치는, 가장 빈센트스러운 헌사인 셈이다.

빈센트는 친동생이자 평생의 동반자였던 테오에게 “나는 예술로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싶다. 그들이 이렇게 말하길 바란다. '마음이 깊은 사람이구나.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구나...'”라는 편지를 보내며 말미에 ‘너의 사랑하는 빈센트가(Your Loving Vincent)’라고 적었다.
제목 ‘러빙 빈센트’는 이 문장에서 따온 걸로 보인다.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이 편지와 애니메이션을 통해 현대에 이르러 되살아나고 있다.
그리고는 관객들에게 자신의 바람을 다시금 속삭인다.

smw@fnnews.com 신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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