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北 잔혹성 부각시켜 국제사회 고립 효과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21 17:26

수정 2017.11.21 22:25

中 대북특사 빈손귀국 실망.. 美의회 재지정 요구 커지고 북한 태도도 변화없어 단행
북.미 외교채널은 유지할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것은 대북압박을 위한 상징적 의미에 무게가 실린다. 실질적 효과는 덜하지만 김정은 정권의 잔혹성을 부각시켜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과 제재 강도를 더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는 압박을 최고 수위로 끌어올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나오게 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 정책을 재확인한 의미가 있다.

북한이 지난 9월 15일 이후 핵.미사일 도발을 두 달 넘게 중단하고 있지만, 기술적 문제일 뿐 도발중단 의지가 읽히지 않자 강력한 추가 압박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조치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무르익는 듯했던 북·미 간 대화 가능성은 줄었다. 오히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어떤 형태로든 무력도발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쑹타오 빈손 귀국 지켜본 美

트럼프 정부는 9년 만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면서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 작전의 일환"이라고 그 의미를 명확히 밝혔다.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무역제한과 대외원조 금지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되지만 북한은 이미 국제사회로부터 고강도의 제재를 받고 있어 실효성은 크지 않다.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집권 초반부터 검토한 것은 사실이나 시점이 지금이라는 점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며칠 전 아시아 순방 당시 "김정은과 친구가 될지도 모른다"며 대화.협상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에 무엇보다 중국 대북특사의 '빈손' 귀국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트위터에서 중국의 대북특사 파견에 대해 "큰 움직임이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자"며 상당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시진핑 국가주석이 보낸 쑹타오 특사가 방북에서 김정은을 직접 면담했는지 여부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중국주석이 보낸 대북특사를 최고 지도자가 만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면담이 성사됐다 하더라도 북한이 이를 보도하지 않고 있는 것은 양측에서 원하는 바를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뉴욕채널은 유지"

이미 고강도 유엔 안보리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는 '불량국가'로 낙인 찍힌 데 대해 어떤 형태로든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전날 국가정보원은 북한 미사일 연구시설에서 차량 활동이 활발한 점, 엔진실험 실시 정황 등을 들어 북한이 연내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국회 정보위에 보고하기도 했다.

다만 테러지원국 재지정 자체가 북·미 관계의 물밑접촉이 끝났다는 뜻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테러지원국 지정은 외교적 제스처일 뿐 뉴욕채널 등 북·미 접촉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말했다.

김정남 암살과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 이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라는 미국 의회의 요구가 갈수록 커졌던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의회의 거듭된 압박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비핵화 신호를 발신할 기회를 줬지만, 북한의 태도가 전혀 달라지지 않자 '액션'에 나섰다는 것이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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