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는 1인 방송' 규제 논란...규제냐 자율정화냐

- 아프리카TV, 유튜브 등 1인 미디어 콘텐츠 규제 목소리
- 규제도 중요하지만 자극적 콘텐츠 수익 나지 않는 구조 만들어야
- 유익한 콘텐츠 발굴·홍보 노력도 중요


1인 미디어 콘텐츠 인기만큼 부작용도 계속되고 있다./픽사베이

장애인을 비하하고, 각종 혐오 발언에 살해 협박, 톱스타 성희롱과 도 넘는 장난전화, 욕설, 지진 났으니 별풍선 더 달라는 진행자까지...

최근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1인 방송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아프리카TV, 유튜브, 팝콘TV 등 플랫폼마다 자극적 콘텐츠가 범람하면서 소비자들의 피로감도 함께 커지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정부가 나서 1인 미디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계정을 만들었다 제재를 받고 바로 새 계정만 만들면 다시 방송을 할 수 있는 1인 방송의 특성 상 정부의 규제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정부 규제.. ‘찬성 vs 우려’ 공존
현재 1인 방송 시장은 음란행위, 일반인 모욕, 성희롱, 초상권 침해 등 불법행위가 발생하는 경우 처벌할 근거가 이미 마련돼 있다. 지난달 대구 북부경찰서는 인터넷으로 음란방송을 진행한 여성 진행자 2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 8월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수영복 입은 여성들을 동의 없이 생방송에 노출한 한 진행자가 카메라 이용 촬영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입건됐다.

그러나 법으로 모든 유해 콘텐츠를 제재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자극적이지만 불법은 아닌 콘텐츠가 많은 탓이다. 일부 이용자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30대 직장인 A씨는 “방심위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사업자들이 자체 관리를 하되 위반할 경우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20대 직장인 B씨는 "주 시청층인 어린이, 청소년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인터넷 1인 방송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된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심위가 관리 감독하지만 신고가 들어오면 권고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국회에서 규제 수위를 강화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지만 언제 발의되고 확정될지 알 수 없다.

방심위를 통한 규제는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도 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준비 중인 20대 남성 C씨는 “방심위 위원들이 1인 방송의 특성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당장의 규제도 중요하지만 방심위가 기존 방송과 다른 1인 미디어 콘텐츠의 성격과 플랫폼의 특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CJ E&M 다이아티비 안정기 매니저는 “효과가 미미할 거라고 본다. 1인 미디어 산업의 발전은 표현의 자유와 다양성 확산에 있는데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범용적인 법안을 만들기 어렵다”고 전했다.

오는 6일 방통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심위, 경찰청, 여성가족부와 네이버, 카카오, 아프리카TV, 구글(유튜브), 페이스북 등 7개 국내외 기업을 포함한 '클린인터넷방송협의회(가칭)'가 공식 출범한다. 범정부 부처와 기업, 시민단체를 아우르는 대규모 조직이다. 새로운 정부 주도 규제책이 어떤 효과를 부를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 계정 영구 정지해도 계정 다시 만들면 그만
아프리카TV, 유튜브 등 대형 플랫폼 사업자들은 유해 콘텐츠를 방조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특히 2007년 11월께 별풍선을 도입한 아프리카TV의 선정성, 막장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아프리카TV에서 파생된 유사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플랫폼은 막장 콘텐츠로, 막장 콘텐츠 제작자는 성장한 플랫폼을 등에 업고 돈을 벌었다. 조회수가 높으면 제작자, 플랫폼 모두 돈을 번다. 이 수익 구조 안에서 막장 콘텐츠는 정당화돼왔다. ‘검은 공생’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플랫폼마다 모니터링 요원을 운영하고, 물의를 일으킨 채널을 영구 정지하는 등 나름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아프리카TV는 24시간 모니터링 전담 인원을 강화했고, 네이버TV도 문제가 되는 콘텐츠를 빠르게 삭제해 확산을 막고 있다. 그러나 늦은 감이 있다. 장애인 비하 등으로 문제가 된 모 유튜버는 계정 영구 정지 후 신규 채널을 열어 운영 중이다. 벌써 13번째 계정이다. 플랫폼을 넘나들며 새 둥지를 트는 제작자들도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의 사명감과 노력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개인방송을 애청하는 고등학생 D양은 “영정(영구 정지)당해도 새 계정을 또 만들면 그만"이라며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시청자들이 불쾌해하는 영상을 각 플랫폼들이 오히려 키워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유튜브는 '성적인 콘텐츠', '유해한 콘텐츠', '폭력적인 콘텐츠' 등 몇 가지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운영하고 있다./조재형 기자

유해 콘텐츠보다 유익 콘텐츠.. '검은 공생' 멈추는 길
규제 논의와 함께 대형 플랫폼 사업자를 중심으로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저질 콘텐츠를 제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관계자들은 ‘수익 구조를 바꿔야 한다’라고 입을 모은다. 한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최근 유튜브 정책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유튜브는 제목, 내용, 태그, 썸네일 등에서 자극적인 내용을 걸러내 크리에이터가 고수익을 가져가기 어려운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 측은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콘텐츠는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광고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반복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는 사용자 계정의 해지 조치는 물론 동일한 사용자가 새로운 계정을 만든 것을 발견할 경우에도 해당 계정을 해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은 공생’을 멈출 때가 됐다.
자극적 유해 콘텐츠의 수익 구조를 약화시키고 유익한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를 발굴, 홍보해야 한다. 다이아티비 안정기 매니저는 “플랫폼은 내부 정책을 공개해 명확한 가이드를 주고 유해한 콘텐츠는 적극 제재해 자극적인 콘텐츠 창작자의 의욕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유익한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에게 인센티브가 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ocmcho@fnnews.com 조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