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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美서 망중립성 논란 … 소비자 이익이 우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23 16:55

수정 2017.11.23 22:33

구글 등 플랫폼 업체들 긴장.. 기술혁신에 걸림돌 안돼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22일(현지시간) '망 중립성 원칙'을 폐지키로 했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가 2015년 확립한 원칙을 2년 만에 뒤집는 것이다. 망 중립성이 사라지면 통신사들이 특정 웹사이트나 서비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컨대 버라이즌, AT&T 같은 통신사들이 페이스북, 유튜브 등에 별도 요금을 물릴 수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의 통신사가 네이버, 카카오 등의 플랫폼 업체에 추가 요금을 물릴 수 있다는 말이 된다. FCC는 다음달 중순 폐지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지만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망 중립성 논란은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차례 있었다. 인터넷 종량제 논란이 대표적이다. 국내 통신사들은 이용량이 많은 사용자에겐 요금을 올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통신사들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올 3월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망 중립성 고시 제정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FCC의 결정으로 망 중립성 폐지론이 다시 수면으로 떠올랐다. 5세대(5G) 통신망을 투자하는 통신업체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사용자 급증으로 늘어나는 무선네트워크 사용량은 통신사들에 큰 숙제다. 앞으로도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으로 데이터 이용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유선인터넷만 쓰던 시대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통신사의 주장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비자 측면에서 보면 다르다. 동영상이나 음악 스트리밍서비스, TV 다시보기 등 데이터 이용량이 많은 서비스에 통신사가 추가 요금을 물리면 어떻게 될까. 늘어난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통신사가 네이버에 망사용료를 추가로 물린다면 서비스의 질 역시 저하될 수 있다. 혁신산업 생태계에도 장애가 될 수 있다. 막대한 데이터비용을 낼 수 없다면 창업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망 중립성정책이 없다면 멜론 같은 음악스트리밍 서비스도 지금처럼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4차산업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 과감히 규제를 풀겠다고 수차례 공언한 바 있다. 망 중립성 폐지는 함부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소비자와 시장에 득이 될지, 독이 될지 냉정하게 따져서 결정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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