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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양적완화 축소 빨라지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24 17:37

수정 2017.11.24 17:37

ECB 의사록 최초 공개.. QE 종료시점 발표 관련 일부 이사, 드라기와 이견
EU 양적완화 축소 빨라지나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축소가 예상보다 급격히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밝힌 것과 달리 내년 추가 연장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한차례 연장된다 해도 QE 규모는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ECB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이 시사하는 그림들이다.

23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에 따르면 ECB는 지난달 26일 열렸던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을 이날 공개했다. ECB 출범 이후 처음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공개해 통화정책 투명성을 높이는 것을 본딴 것이다.

이날 공개된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회의에서는 QE종료 시점을 명확히 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언제든 추가연장이 가능하다는 식의 표현은 시장이 QE 추가 연장을 기대하도록 만들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이었다.

종료 시점을 구체화하는 것에 대해 격론이 오갔고 내년 9월 이후 추가 연장을 할지, 연장을 한다면 규모를 급격히 줄일지에 대해 어떤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이사들이 QE 종료시점을 정하지 않으면 투자자들은 QE가 또 한 번 연장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이를 반대했다. 이들은 추가 연장이 "새로운 주요 충격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당화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종료 시점을 명확히 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당시 ECB는 올 12월 종료 예정이던 QE를 내년 9월까지로 연장하되 채권 매입 규모는 12월 이후 월 600억유로에서 절반인 300억유로로 줄이기로 했다고만 발표했다.

그러나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드라기 총재는 이를 무시하고 자신의 주장을 앞세웠다. 그는 9월 이후에도 채권매입은 지속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드라기는 당시 회견에서 "(QE가) 갑자기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ECB는 갑작스런 종료를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당시 드라기의 발언은 시장 충격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됐다. 종료시점을 제시하지 않고, 추가 연장 가능성도 열어뒀기 때문이다.

특히 ECB가 그동안 QE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야 금리인상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혀왔던 터라 시장에서는 QE가 언제 끝나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ECB가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자산가격부터 시중금리까지 거의 모든 금융시장 지표들이 영향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QE에 관한 ECB 내부의 불협화음은 적어도 내년 9월 이후 QE가 연장되더라도 매입 속도가 급격히 줄고, 얼마 안 가 종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고 보고 있다.

강경파인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 옌스 바이트만을 비롯한 ECB 고위 관계자들 일부는 이미 공개적으로 QE 연장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베누아 퀴리 ECB 집행이사 역시 이번 연장이 마지막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경제상황은 추가 연장에 부정적인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이날 IHS 마킷이 발표한 10월 유로존 구매관리자지수(PMI)에 따르면 유로존 신규취업, 내구재주문은 17년만에 최고를 기록했고, 기업실적은 6년반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유로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출을 약화시키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 수요, 고용, 인플레이션 등 모든 지표들이 수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어 유로존 경제가 전 부문에 걸쳐 풀가동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PMI 지수 발표는 유로존 성장세가 내년에도 무난히 이어질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유니크레디트는 올해 4.4분기 유로존 성장률이 3%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편 지난달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참석자 일부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2%에 근접하는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QE가 지속될 것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완화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의사록은 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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