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 해법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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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3일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근로시간을 순차적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잠정 합의했다. 여야는 공공기관과 300인 이상 사업장은 내년 7월부터 근로시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은 2020년 1월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기업은 2021년 7월부터다. 최대 68시간인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어든다. 휴일근로 중복할증률 등은 의견이 엇갈린다. 여야는 28일 소위를 열고 최종 합의안을 도출한다.

재계는 걱정이 태산이다. 막대한 인건비 부담으로 기업 경영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근로시간을 줄이자는 주장에는 반박할 여지가 없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장시간 근로국가다. 지난해 연간 근로시간은 2052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707시간)을 한참 웃돈다. 여가시간과 소비를 늘리려면 근로시간을 줄이는 게 좋다.

그런데 후폭풍이 만만찮다. 사람 뽑기 어렵고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정부 안대로 근로시간 단축이 본격 시행되면 기업들의 추가부담이 총 12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특히 300인 미만 사업장의 부담 비용은 연간 8조6000억원으로 전체 부담액의 70%다. 반면 생산성은 아직 떨어진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은 시간당 31.8달러로 OECD 평균(46.7달러)보다 한참 뒤처진다. 생산성이 낮은데 근로시간만 줄이면 기업들이 사람을 더 뽑아야 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또 있다. 휴일근로수당이다. 여당과 노동계는 토.일요일 근무에 대해 통상임금의 2배를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휴일근로 가산과 연장근로 가산을 모두 적용하라는 것이다. 야당과 재계는 휴일근로 가산만 인정해야 옳다는 논리를 펴왔다. 이 문제는 법조계에서도 관심이 크다. 대법원은 휴일근로 가산임금 소송 2건을 병합해 내년 초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야 합의가 안되면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방안을 강구해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23일 "행정해석 문제는 근로시간단축법과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법 개정이 우선임을 강조했다.
근로시간 단축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하지만 기업 충격을 최소화해야 무리가 없다. 여야가 대법원 판결 이후 결론을 내는 것도 답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