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디지털통화 시장, 질적 성장을 기대하며

지령 5000호 이벤트
연내 1000만원을 돌파할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을 받던 비트코인 가격이 드디어 1000만원을 돌파했다. 900만원 선을 돌파한 지 불과 닷새 만에 100만원이 또 오르며, 1년 전 같은 날 비트코인 가격인 코인당 87만9000원의 12배 수준이라고 하니 실로 엄청난 속도의 시장 성장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와 함께 안타깝게도 얼마 전 국내 최대 거래소에서 또 한번 사고가 있었고, 서버장애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집단소송 절차에 들어갔다. 법정까지 갈 경우 가상화폐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 될 것이다. 지난 9월 법원은 "비트코인은 현금과 달리 전자화한 파일의 형태로, 몰수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몰수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법원이 가상화폐에 대해 어떻게 해석할지가 관건이라고 생각되는데, 이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자체가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미국·중국·일본 등 해외 업체까지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통신판매업자로 등록하기만 하면 사업을 시작할 수 있고, 중개수수료는 주식의 거의 10배나 되는 시점에서 향후 시장은 좀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필자는 지금이라도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시장이 제대로 자리를 잡고 질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시점의 단계적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며 지금 시점에 필요한 세 가지 방안을 제언해 보고자 한다.

첫째, 가상화폐의 정확한 명칭과 정의이다. 편의상 통용되고 있는 가상화폐의 명칭부터 정의하는 것이 첫걸음이 아닐까 싶다. 암호화 화폐, 디지털 통화와 같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국내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명칭과 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며, 이는 국내 가상화폐 추진방안에 대한 시작점이며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사업자·이용자 측면의 가이드라인이다. 가상화폐로 사업을 하고 향후 서비스까지 준비하는 사업자 입장에서의 추진방안과 금융권 보안, 거래방식, 규제 정도를 분석한 최소한의 고려사항 그리고 가상화폐를 활용하는 이용자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이용자 보호와 건전한 유통을 생각해 꼭 알아야 하는(개인키 관리의 중요성, 전자지갑의 위협요소, 분실 시 대처방안 등)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신뢰할 수 있는 중장기 생태계 조성방안이다.
지난번에도 필자가 언급했지만 우리도 국가 차원에서 단순 가상화폐 유통이 아닌 다양한 서비스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블록체인 시범사업을 활성화하고, 성공 사례를 도출해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 동시에 무엇보다 새로운 가상화폐 생태계에 예측되는 위험관리에 대한 중재자 또는 분쟁해결 기관 등의 역할과 책임 그리고 중장기 측면에서의 신뢰하는 생태계 구성을 위한 협업방안 등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

이젠 우리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단순히 규제하거나 금지하기보다는 일본과 같이 거래소 안정성을 높이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구축하는 등 건전한 한국형 생태계 구축을 통한 디지털 통화 시장의 질적 향상을 기대해본다.

홍승필 성신여자대학교 융합보안공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