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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산업부가 칼 쥔 부실기업 정리가 잘될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27 17:07

수정 2017.11.27 17:07

금융위는 뒷전으로 밀려.. 좀비기업 그냥 놔둘텐가
문재인정부가 부실기업 정리의 주도권을 금융위원회에서 산업통상자원부로 넘길 듯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주 "기업 구조조정에서 산업부가 좀 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앞서 백운규 장관은 "앞으로 모든 구조조정 문제에서 산업부가 주도하는 모양새를 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백 장관의 말에 최 위원장이 맞장구를 친 모양새다.

산업부 역할론이 나온 배경에는 한진해운이 있다. 박근혜정부는 작년 여름 한진해운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넣었다.
이 결정은 작년 6월에 신설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내려졌다. 형식상 회의는 경제부총리가 주재했지만 실제론 금융위원위 임종룡 위원장의 역할이 컸다. 그 과정에서 산업부 장관은 제 목소리를 못 냈다. 국내 1위 국적선사에 '사형선고'를 내린 것을 두고 여전히 논란이 크다.

문재인정부는 박근혜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전략을 바꾸려 한다. 지난 5월 당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김진표 위원장은 "주거래은행 중심의 상시 구조조정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평가하고 개선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백 장관과 최 위원장의 발언으로 보건대 앞으론 산업부가 금융위의 역할을 대신 할 공산이 크다.

산업부가 주도하는 부실기업 정리는 장단점이 있다. 산업부는 비교적 기업 사정을 잘 안다. 또 금융위는 한진해운 하나만 보지만, 산업부는 해운산업 전체를 볼 수 있다. 그 점에서 산업부가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데는 우리도 동의한다. 하지만 주도권 자체를 산업부가 행사하는 게 옳은지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부실기업 정리는 중환자에 메스를 대는 작업이다. 누군가는 손에 피를 묻혀야 한다. 크게 보면 산업부는 산업계와 같은 배를 탔다.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다. 이럴 땐 제3자가 나서서 단호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 역할은 금융위가 제격이다. 그 과정에서 금융은 산업 생태계를 물갈이하는 본연의 기능을 한다.

사실상 산업부 주도형 구조조정은 어지간한 부실기업은 다 살리겠다는 뜻이다. 금융위가 칼을 휘두를 때도 정치권의 압력이 거셌다. 솔직히 문재인 캠프 출신인 백 장관을 구조조정 적격자로 보긴 힘들다. 부실기업 정리는 노동개혁과 함께 현 정부에서 가장 외면받는 분야다. 단기적으로 고통이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길게 봐서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부실기업 정리는 필수다.
언제까지 좀비기업들이 소중한 재원을 축내도록 놔둬야 하는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계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좀먹는다고 지적한다. 고통 없는 구조조정은 없다.
부실기업 정리의 주도권을 산업부에 넘기는 것은 재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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