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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위안’ 날고 기어도 ‘달러’ 발 아래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27 17:53

수정 2017.11.27 17:53

달러, 세계 기축통화 입지.. 금융위기 이후 더 넓어져
美 금리인상 앞두고 전세계 달러부족 우려 확산
반세기 넘게 최고의 기축통화로 자리매김한 달러가 나날이 입지를 넓혀가면서 수십년간 이어진 '달러종말론'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시장 투자자들은 이제 미국이 금리인상으로 세계 각국의 달러를 거둬들이려 하는 가운데 범세계적인 달러부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국제결제은행(BIS)을 인용해 미 달러 수요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고 전했다. BIS에 따르면 미국을 제외한 국제 달러 표시 채권 발행 규모는 지난 6월 기준 8조6300억달러(약 9406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달러 표시 채권 규모는 2011년 말부터 다른 통화로 발행된 채권 규모를 앞질렀으며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국제 통화스와프 시장의 가산금리를 살펴보면 유로와 일본 엔의 달러대비 가산금리(3개월물)는 이달 중순 기준으로 마이너스(-)0.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해당 통화를 달러로 바꿔 빌려줄 경우 이자를 받기는커녕 빌려주는 쪽에서 이자를 내야 한다는 의미로 그만큼 달러가 귀하다는 뜻이다.

이러한 추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달러에 대한 통화스와프 가산금리는 만성적으로 마이너스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살펴보면 세계 각국 외환보유액 가운데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62.1%에서 올해 2.4분기 기준 63.8%로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지난 196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언젠가 달러가 기축통화 자리를 잃는다는 비관론이 흘러나왔다. 달러의 신뢰도는 1944년 성립된 브레턴우즈 체제가 1971년 미국의 금태환 중지 선언으로 무너지면서 크게 떨어졌다. 1999년 출범한 유로와 중국 위안의 급부상은 달러종말론에 부채질을 했다.

WSJ는 그러나 유로와 위안이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의 인기를 얻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 불어 닥친 유럽 내 재정위기와 정치적 불안정은 유로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깨뜨리기에 충분했다. 위안 또한 특유의 폐쇄적인 구조로 인해 투자자들의 인기순위에서 멀어져 갔다. 반면 달러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인 돈풀기 전략(양적완화.QE)을 펴면서 국제적인 지불 수단으로써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 다국적 자산운용사 아문디 파이오니어의 파레시 우마드야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난 40년간 이어진 달러의 하향세는 이제 끝났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앞으로 달러가 더욱 귀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2014년에 QE를 끝낸 연준은 2015년 10월부터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올렸으며 그 결과 더 많은 달러 투자금들이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달러로 빚을 진 해외 금융기관 및 투자자들은 달러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경영에 비상이 걸렸다.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은행과 스위스 UBS은행은 지난해 12월 달러 조달 비용이 급등하면서 자체 예상을 뛰어넘는 손실을 내기도 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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