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규제개혁, 말잔치는 그만하고 실천하라

지령 5000호 이벤트

정부가 혁신성장에 걸림돌.. 권한 내려놓고 시장 맡겨야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혁신성장 토론회를 이끌었다. 반가운 일이다. 혁신성장은 소득주도 성장과 함께 이른바 J노믹스의 양대 축이다. 그동안 소득주도 성장에 비해 구석으로 밀린 느낌을 줬다. 이날 토론회가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세상 모든 나라가 혁신을 말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혁신은 말처럼 쉽지 않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바로 박근혜정부가 반면교사다. 박 전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세웠다. 전국 17개 도시에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도 세웠다. 2014년 봄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완화 끝장토론은 7시간 넘게 이어졌다. 이때 공인인증서가 '천송이 코트'의 해외판매를 가로막는다는 지적과 함께 푸드트럭을 폭넓게 허용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하지만 말잔치로 끝났다. 한국은 여전히 규제공화국이란 오명을 벗지 못했다. 의료 등 기득권 세력은 철옹성처럼 단단하다. 한 손에 예산, 다른 손에 규제를 틀어쥔 공무원들은 어느 것도 양보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28일 민간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혁신벤처 생태계 발전 5개년 계획(2018~2022년)'을 발표했다. 협의회는 정부가 벤처 활동을 막는 규제를 없애면 2022년까지 좋은 일자리 200만개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 대신 5대 선결과제 해결을 요청했다. 클라우드와 데이터 규제를 혁파해달라, 법.제도를 혁신하라, 민간 중심으로 정부정책을 혁신하라는 것 등이다. 구구절절이 옳은 말이다. 대통령이 회의 한 번 주재했다고 단박에 혁신이 오지 않는다. 그보단 단 하나라도 시장 요구를 성심껏 들어주는 게 낫다.

문재인정부가 진심으로 혁신성장에 뜻이 있다면 발상의 틀 자체를 바꿔야 한다. 잔챙이 규제 몇 개만 손봐서 될 일이 아니다.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변양균씨는 슘페터적 패러다임 시프트를 촉구한다.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를 자본주의의 원동력으로 봤다. 파괴는 기득권을 부수는 데서 출발한다. 기득권을 누가 보호하는가. 바로 정부다. 공무원들은 규제를 앞세워 한국판 우버의 출현을 사사건건 훼방놓는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훌륭한 말이 많이 나왔다. 관건은 실천이다. 혁신성장은 정부가 주도하는 게 아니다. 정부는 벤처 등 기업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기만 하면 된다. 그러려면 정부부터 규제권한을 내려놓아야 한다. 현실은 어떤가. 규제프리존법 하나 처리하지 못한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수년째 깔아뭉갠다.
이래선 혁신성장은 요원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규제연구센터는 최근 혁신성장의 키워드를 '규제개혁'이라는 단 한 단어로 요약했다. 더 이상 긴말이 필요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