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금호타이어 포기선언한 박삼구 회장, 왜?

조지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28 17:27

수정 2017.11.28 17:27

産銀과 갈등설 불거지자 ‘봉합’
상표권은 양도 안해 불씨 남겨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8일 서울 새문안로 금호아시아나 본사에서 열린 금호홀딩스와 금호고속 합병 완료에 따른 그룹 현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8일 서울 새문안로 금호아시아나 본사에서 열린 금호홀딩스와 금호고속 합병 완료에 따른 그룹 현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8일 직접 나서 금호타이어 인수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박 회장이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급하게 자처하면서 전면에 나선 것은 산업은행과의 갈등을 조속히 봉합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상표권과 금호고속 합병 문제 등을 놓고 그룹 측과 마찰을 빚자 계열사 유동성 점검 등으로 압박 수위를 높여서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 포기선언에 대해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상표권 문제에 대해 단서를 달아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추후 재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사 격인 금호홀딩스가 금호고속을 흡수합병하는 데 있어 산업은행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합병으로 만들어질 회사가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신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산업은행의 우려에도 합병을 강행해 지난 27일 금호홀딩스와 금호고속의 흡수합병을 완료했다. 따라서 산업은행이 내년 만기인 500억원가량의 채권에 대해 상환 만기를 연장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에 박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불거진 산업은행과의 갈등설을 일축하고 원만한 해결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산업은행과 관계가 나쁜 것이 없다. 약간의 의견차가 있을 수 있지만 산업은행에서 오해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또 박 회장은 내년 만기의 500억원 채권에 대해서도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산업은행으로부터 확실히 상환받는다는 통보를 못 받았다. 담보가 있기 때문에 리파이낸싱(자금 재조달) 준비는 다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재매각을 위해 '금호' 상표권을 무상 양도하라는 산업은행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음으로써 재인수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박 회장은 상표권과 관련해 "법적으로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분야에서 최대한 지원하고, 협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상표권은 해당 기업의 재산권이므로 무상 양도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그룹 측의 의견이 계속 엇갈릴 경우 법정소송전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법정공방이 이어질 경우 금호타이어 재매각 일정은 장기화 수순으로 접어들게 된다.


아울러 금호타이어의 지난 매각과정에서 상표권 문제로 인해 인수절차가 무산됐기 때문에 박 회장 측이 상표권을 카드로 사용하면서 재인수를 위한 자금 여력을 키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은 '금호'라는 상표권의 권리자가 누구인지를 두고 법적으로 다투고 있다.
금호그룹은 지난 2007년 금호산업과 금호석화를 양대 지주회사로 하는 체제로 전환하면서 '금호' 등이 포함된 상표권을 금호산업과 금호석화 공동 명의로 등록한 바 있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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