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文대통령, 김동연 부총리에 주문한 '혁신성장' 5가지 숙제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28 19:17

수정 2017.11.29 07:45

200일만에 띄워진 '혁신성장'..文대통령, 김동연 부총리에 주문한 5가지 숙제
'소득주도파 중심의 청와대-혁신성장론 내각' 균형추 작동하나
文대통령 2주에 한 번씩 김동연 부총리 보고받아 
속도감있는 추진 지시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2017 대한민국 혁신성장 전략회의를 앞두고 김동연 경제부총리,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2017 대한민국 혁신성장 전략회의를 앞두고 김동연 경제부총리,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네바퀴 성장론 중 핵심 축인 '혁신성장'이 정부 출범 200여일만에 본격 띄워졌다.

당초 청와대 핵심경제라인들은 취임 100일 계획에 따라, 첫 100일간은 소득주도성장론에 주력하되 직후부터는 혁신성장론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혁신성장론의 '아이콘'이 될 중기벤처기업부 장관 인선이 난항을 겪으며, 계획보다 100일을 넘긴 이날에서야 혁신성장의 깃발을 올리게 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정부출범 202일만에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 속도감있는 정책 추진을 지시하며, 조바심을 드러낸 것도 이런 배경에 기인한다.


文대통령 직접 챙겨
이날 행사는 몇 가지 포인트가 있다. 가장 주목되는 건 문 대통령이 직접 혁신성장을 챙기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 마디로 "아직 혁신성장의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마트시티, 드론 사업 등은 세계경쟁에서 앞서 나가도록 속도내길 바란다"며 "선도사업을 속도감있게 추진해 가시적 성과를 보이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혁신성장의 5가지 큰 방향 역시 직접 제시했다. △내각 중심 정책추진(정책 추진 주체) △규제개혁(정책 추진 전제)△사람중심 투자(정책 추진 핵심) △속도감있는 정책추진 △부수 법안 및 예산안 처리다.

또 성장을 강조했지만 과거와는 다른 성장을 주문했다. 바로 '사람에 대한 투자'다. 이는 과거 대기업 중심의 예산 지원정책을 '사람에 대한 투자' 즉,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인재 및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로 정부 예산편성을 전환하라는 것이다.

文대통령, 김동연 부총리에 주문한 '혁신성장' 5가지 숙제
내각 힘실어주기
두번째 포인트는 혁신성장 정책 추진 주체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교통정리 한 부분이다. 이는 청와대 중심으로 경제정책 주도권이 흐르는 것을 견제, 내각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미다. 다른 말로는 소득주도파로 특징되는 장하성 정책실장·홍장표 경제수석·김수현 사회수석·김현철 경제보좌관 등 청와대 참모진과 혁신성장론자인 김 부총리간 역할 분담을 확실히 하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그간 '미운오리 새끼'처럼 이 정부의 경제정책과 '결'이 다르다는 이유로 소외된 듯한 모습을 보였던 김 부총리는 이날 대통령과 내각·여당·청와대 참모진들 앞에서 완벽에 가까운 프리젠테이션 실력으로 존재감을 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2주에 한 번씩 김 부총리를 별도로 불러 보고를 받으며, 성장론에 대해 의견을 공유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의 5대 과제 열거는 사실상 김부총리에게 숙제를 부여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부총리가 사령탑이 돼 4차 산업혁명위원회, 노사정 위원회 등 각 정부 위원회가 협업체계를 만들라." 이런 흐름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숨은 대부'로 혁신성장을 강조해 온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구상이 일부 받아들여진 것으로 분석된다. 김 부총리는 변양균 라인으로 분류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혁신성장에 대해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혁신성장에 대해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혁신성장이 소득주도의 기반
세번째 포인트는 문 대통령이 "혁신성장은 소득주도 성장의 기반이 된다"고 언급한 대목이다. 이는 소득주도성장론 위에 혁신성장이 올려졌다는 기존 시각을 수정한 것으로 경제정책 우선순위가 성장에 있으며, 분배 개선 역시 성장을 위한 점이라는 것을 주지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성장론자들이 제1의 개혁과제로 여기는 규제개혁을 전면에 거론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다만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성장을 오늘 강조한 건 어디까지나 파이를 키워 더 분배를 하겠다는 것으로, 성장 우선이라고 보기엔 어렵다"는 시각을 내비쳤다.

혁신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부처들은 이날 5개 선도과제를 발표했다. △지능화혁신방안·스마트공장 확산(중소기업벤처부)△청년이 찾아오는 스마트팜(농림축산식품부) △핀테크 활성화(금융위원회) △에너지 신산업 혁신산업 추진전략(산업통상자원부) 등이다.

대통령이 직접 "속도를 내라"고 지시한 만큼 부처들의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30일엔 문재인 정부에 마지막으로 합류한 홍종학 중기벤처부 장관 취임과 맞물려 중기벤처부 출범식이 열린다. 이어 내달부터는 판교 창조경제밸리를 '혁신성장'전략기지로 삼겠다는 구상이 본격화된다. 또 내년 1월엔 대국민보고대회로 '혁신성장 캠페인'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200일만에 띄운 성장론의 갈 길은 멀다. 당장 혁신성장의 완결판으로 여겨진 규제프리존 특별법, 서비스법 등의 법안처리가 동력을 잃고 표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최근 당·정·청 비공개 회의에서 국정철학과 정책방향이 맞지 않고 재벌특혜가 우려된다며 반대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기재부 주도로 만들어진 법안이다. 이의 사실상 폐기는 청와대 참모진들이 혁신성장 공식을 원점에서 다시 만들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직까지는 청와대가 경제정책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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