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ICT 망중립성 정책' 법제화 움직임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29 19:05

수정 2017.11.30 10:28

과기부, 개정 가능성 시사.. "플랫폼 사업자 무임승차"
"트래픽 명목 망차단 안돼".. 이견 커 사회적 논의 필수
美, 내달 정책 폐기안 표결.. 국내 개정방향에 영향줄 듯
'ICT 망중립성 정책' 법제화 움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뜨거운 감자인 망중립성 정책의 법제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중립성 원칙 폐기안을 표결에 부치기로 한 가운데, 어떤식으로 법제화를 할 것인지 그 방향성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앞으로 5세대(5G) 이동통신이 상용화되면 자율주행차,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다양한 서비스가 막대한 데이터를 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용자의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 특정 플랫폼에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비공개로 진행한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망중립성과 관련 "글로벌 스탠다드에 큰 영향력을 가지는 미국이 망중립성을 완화하는 규칙 개정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미국의 개정 논의를 확인한 후 국내 법제화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망중립성이란,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데이터 트래픽을 그 내용과 유형, 기기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우리 정부는 현재 법적 강제력이 없는 행정지도 형태로 가이드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모바일 동영상 트래픽 과부하와 5세대(5G) 이동통신 네트워크 투자 등을 감안하면 특정 플랫폼에 대해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경제적 트래픽 관리'에 대한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같이 통신망을 이용해 콘텐츠.플랫폼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통신사업자들이 별도의 사용료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망중립성 정책을 유지했다.

반면 국내 과기정통부의 망중립성 정책은 일반 이용자의 서비스 품질을 저하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통신사업자가 망 사용료를 받아 전송 품질을 보장해주는 등의 망중립성의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망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 등으로 기존 망중립성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이 망중립성 확보를 위해 대표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정부입장을 제시하면서 법제화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또한 정부는 통신사업자의 트래픽 관리와 관련, 제로레이팅(특정 콘텐츠에 대한 데이터 비용 할인 및 면제) 등 경제적 부문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정 이용자.콘텐츠.플랫폼의 접속을 차단하거나 속도를 지연시키는 기술적 측면의 트래픽 관리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있지만, 제로레이팅처럼 경제적 측면에서 망 이용을 차별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령 모바일 내비게이션과 관련, SK텔레콤 가입자들은 'T맵'을 이용할 때 데이터가 무료이지만, '카카오내비'는 데이터가 차감된다.

이와 관련, 과기정통부 측은 "시민단체와 관계 기업 등 이해관계자의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신중론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의 복잡한 이해관계처럼, 국회 과방위 소속 위원들도 여야 구분 없이 찬반논쟁이 팽팽히 맞섰다. 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이날 법안심사소위에서 같은 당 유승희 의원의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변 의원은 "망중립성 논란 속에 국내 포털이나 플랫폼 사업자들이 이용자 및 네트워크 사업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사례가 많다"며 "특히 국외 기업의 무임승차가 지속되면 네트워크 사업자의 투자 의지를 저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도 "망중립성 원칙은 과거 국가 주도로 통신 인프라를 구축할 때 적합했다"며 "민간 주도의 5G로 진화하는 상황에서 망중립성 유지는 과거지향적"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다음 달 14일 망중립성 정책 폐기안이 표결에 오른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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