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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이국종 교수를 응원한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30 17:09

수정 2017.11.30 17:09

[여의나루] 이국종 교수를 응원한다

최근 이국종 교수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다. 이 교수가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귀순하다 총상을 입은 북한 병사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몸 상태를 공개했다는 이유에서다. 의료법 위반과 환자의 인격권 침해가 문제됐다. 이 교수가 유명해지려고 쇼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필자는 논란을 지켜보며 착잡했다. 왜 우리 사회는 이 교수와 같은 의인을 응원하기는커녕 비난하는 것일까. 선한 의도와 희생을 왜 의심하고 조롱하는가.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규모 사고만 참사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의료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해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살리지 못하는 것도 심각한 참사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있다. 국가의 의료안전망이 허술해 응급환자를 제때 치료하지 못해 생명을 잃게 한다면 이 역시 참사이며 그 책임은 국가에 있다.

자신의 목숨을 잃을 각오를 하고 세월호 학생들을 구조한 분들뿐 아니라 이 교수와 같이 열악한 환경의 중증외상진료센터에서 환자를 살리는 의사들도 분명 의인이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만큼 고귀한 일은 없다.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이런 일을 한다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이 교수가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치료했지만, 아주대병원은 치료비 2억원을 어디에서도 받지 못해 결국 손실로 처리했다. 이번 북한 병사의 치료비도 누가 부담할지 알 수 없다. 주무부서인 국방부도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러면 어느 병원에서 중증외상진료센터를 좋아하겠는가. 이 교수뿐 아니라 타지역 권역외상센터도 소속 병원의 눈치를 본다고 한다.

게다가 이 교수는 빚까지 져가며 환자를 치료했다. 중증환자 이송을 위해 헬기를 이용해도 정부를 비롯해 어느 곳에서도 비용을 지원하지 않는다. 결국 이 교수는 헬기비용으로 8억원의 빚까지 생겼다고 한다. 이 교수 개인의 희생에 경의를 표하면서도 한편으로 이러한 현실에 안타까움과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이런 현실에서 누가 헬기로 응급환자를 구하겠는가. 세금은 걷어서 어디에다 쓰는가.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데 가장 먼저 써야 하지 않겠는가.

이 교수가 밝힌 중증외상진료센터의 현실은 매우 열악하다. 함께 일하는 동료 의사가 집을 일 년에 네 번밖에 가지 못하고, 간호사는 초과근무로 400시간을 일한다고 한다. 이러니 모두 외과를 외면해서 병원 외과 레지던트 모집 시 미달현상이 심각하다고 한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희생을 통해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분들은 당연히 존경받아야 한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우리 의료 현실을 되돌아보고 중증외상분야에 대대적인 지원을 하는 제도가 마련되길 바란다. 아울러 이 교수와 같은 의인들에 대해서는 의심과 조롱 대신 응원과 칭찬을 했으면 좋겠다. 분명 이 교수는 전 국민이 알 정도로 유명해졌다. 그가 유명세를 얻은 것이 어떤 의도 때문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이후 어떤 행보를 할지 알 수 없으나 현재까지 그가 보인 행보는 분명 존경과 응원의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법조인인 필자가 이번 논란을 살펴보면 이 교수의 해당 발언 내용은 환자의 입장에서 특별히 누설을 금하여 실질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설령 보호 가치가 있더라도 국민의 알 권리와 국가안보를 고려할 때 공익적 요청이 크므로 위법성이 없다.
결국 이 교수는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김 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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