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기술을 잃으면 미래가 사라진다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30 17:09

수정 2017.11.30 17:09

[특별기고] 기술을 잃으면 미래가 사라진다

지난 2008년 10월 사단법인 한국산업보안연구학회가 탄생했다. 산업보안이라는 개념조차 부족하던 시기에 산업보안분야 학문적 연구를 위한 구심점이 하나 탄생한 것이다.

그후 학회는 국내 최고의 산업보안 싱크탱크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벌써 내년이면 창립 10주년을 맞는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필자가 신임 학회장을 맡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그렇다면 산업보안분야 발전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장 시급한 일은 산업보안분야 중장기 비전 설립과 마스터플랜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기업이 기술유출로 인해 입는 피해의 심각성을 인식하면서도 중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마련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무슨 일이든 장기 계획과 방향을 설정하지 못하면 미래가 불투명하기 마련이다. 기업의 기술유출 상황을 보면 머뭇거릴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 중소기업의 기술유출 피해상황은 심각하다.

국회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의 기술유출 피해액이 전년 대비 21.6% 늘어났다. 중소기업들의 기술유출 피해액 총액은 1097억원이다. 이는 2015년의 902억원 대비 21.6% 상승한 것. 피해금액의 경우 지난 2012년 2857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5년까지 매년 감소했지만 지난해 다시 확대됐다. 피해건수는 2015년 66개에서 지난해 58개로 줄었다. 그러나 건당 피해규모는 더욱 커졌다. 지난해 건당 피해규모는 평균 18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2015년 13억7000만원보다 높아진 규모다.

무엇보다 산업보안분야의 체계적인 이론연구와 인력양성이 시급하다. 기업에서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동시에 대학에서 학문적 연구가 병행돼야 체계적인 산업보안분야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산업보안에 있어 인재양성은 가장 중요한 일이다. 대학에서 산업보안 전문인력을 육성해 기업에 보내야한다.

다행스럽게도 국내 대학들은 점차 산업보안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현재 산업보안은 중앙대학교.한세대학교를 중심으로 경기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숭실사이버대학교, 극동대학교, 동국대학교 등에서 학부.석사.박사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산업보안 우수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여세를 몰아 전국 대학들이 더 많은 산업보안 과정을 만들어 인력양성에 나서야 한다.

산업보안은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필수요소라는 점에서도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란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말한다. 로봇이나 인공지능을 통해 실재와 가상이 통합되고 사물을 자동적, 지능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기대되는 산업상의 변화를 일컫는다.
이런 상황에서 보안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보안에 구멍이 뚫리면 산업의 근간 자체가 흔들리고 사회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그만큼 4차 산업혁명을 위해 튼튼한 보안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재물을 잃어버리면 금전적 손해에 그치지만, 기술을 잃어버리면 미래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박준석 한국산업보안연구학회장 용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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