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장수하는 기업을 기원하며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30 18:51

수정 2017.11.30 22:06

[특별기고] 장수하는 기업을 기원하며

사람은 누구나 오래 살고 싶어하는 욕망 때문에 가끔은 불멸의 신화를 동경한다. 로마신화에 나오는 시간의 신 크로노스는 긴 낫을 가지고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보이는 대로 잘라 죽인다. 그래서 존재하는 모든 것은 언젠가는 시간에 의해 소멸된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기업도 나이를 먹는다. 인간이 무병장수를 바라듯 기업도 오랫동안 살아남아 번영하기를 꿈꾼다. 기업이라는 '종'은 사람보다 오래, 아니 영원히 살 수 있는 것 같다.
올해로 1440년째 생존하고 있는 일본의 '금강조(金剛組)'나 1214년째 생존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스티프츠 켈러'와 같은 기업이 존재하고 있고 200년 이상된 장수기업도 세계적으로 6000개 수준으로 조사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어떨까. 두산과 동화약품 등 몇 안되는 기업만이 100년을 넘어 200년을 향해가고 있을 뿐 한국의 기업수명은 평균 30년이 안된다. 대기업은 25세 남짓, 중소기업은 16세 남짓에 불과하다. 사람으로 치면 한창 파릇파릇한 나이인 20대에 사망하는 셈이다. 왜 기업들이 보유한 잠재역량을 다 발현하지 못하고 사라져 버리는 것일까.

장수기업을 보면 그들 나름대로 특성이 있다. '이것이 장수기업이다'라고 정의 내릴 수는 없지만 장수기업은 공통적인 몇가지 특이한 DNA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우선 장수기업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본보다 사람을 중시한다. 바로 사람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경영의 가장 중심에 두는 일이다. 또한 장수기업은 단기간의 성과나 빠른 성장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의 안정적 성장을 선호한다. 투자와 연구개발(R&D) 역시 향후 수십년을 대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위기 대응능력을 갖추기 위해 이익의 내부 유보 비중을 늘리는 것도 특징이다.

장수기업의 또다른 특성은 그 상당수가 가족기업이라는 점이다. 가족기업은 가족들이 기업을 운영하고 경영권을 승계하는 기업이다. 이런 가족기업들은 단합이 잘되고 강한 위기대처 능력 및 전문성, 장인정신 등의 강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가족경영은 재벌오너의 전횡과 장자상속의 '부의 대물림'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하다. 하지만 오래된 업력에 기반한 가업승계 기업은 고유한 경영 노하우, 높은 사회적 책임감 등으로 고용기여도가 크고, 일반기업보다 높은 성과를 구현하고 있다.

기업도 사람처럼 살아 움직이는 실체이다. 사람처럼 죽기도 한다. 그러나 기업의 죽음은 경영주는 물론 종업원, 협력업체, 주주 모두가 손실을 입는 사회적 비용을 수반한다.
이런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장수기업에 대한 지원정책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장수기업도 사회적 기대와 역할을 중요가치로 삼아 부의 되물림이 아닌 일자리와 기술, 사회적 책임의 되물림이라는 인식전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기업은 'going concern'이다.
하나의 생명체로서 주인이 바뀌어도 기업은 그 생명을 지속해 나감으로써 우리나라에도 우리사회의 기반을 튼튼히 해줄 100년 이상의 기업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류붕걸 중소기업진흥공단금융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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