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시한 넘긴 예산안, 법인세 인상 재고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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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20%로 내리는데 증세하면 경쟁력에 부담

새해 예산안이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법정시한(12월 2일) 내 처리가 무산됐다. 여야는 4일 본회의를 다시 열어 막판 타결을 시도할 예정이다. 하지만 입장 차이가 커 처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새해 예산안은 문재인정부 첫 예산안인 만큼 초대형 공약사업들이 포함돼 있다.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는 사업들이지만 공약이란 이유로 충분한 사전검토 없이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 여야는 협상 초기부터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문제를 둘러싸고 평행선을 달렸다. 내년 공무원 증원과 일자리안정기금 등의 규모를 놓고 대폭 축소를 요구하는 야당과 정부 원안 고수를 주장하는 여당의 입장이 맞서 있다. 기초연금과 아동수당의 도입 시기에 대해서도 합의점 도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법인세 인상 부분이다. 정부안은 과표 2000억원 초과분에 대해 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올리는 내용이다. 최고세율 구간 신설과 최고세율 인상을 모두 담고 있다. 야당은 처음에는 세율 인상에 반대했다. 그러나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여권의 인상 원칙을 받아들이되 인상폭을 줄이는 쪽으로 한 발 물러서고 있다. 과표구간 신설 없이 200억원 초과분에 대해 현행 22%에서 23%로 올리자는 입장이다. 재계는 야당안대로 하더라도 기업의 세금부담이 2조원 이상 불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법인세 인상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 흐름과는 거꾸로 가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외국의 초우량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법인세를 내리는 것이 대세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지난 2일(현지시각) 법인세율을 35%에서 20%로 15%포인트나 내리는 감세안이 상원을 통과했다. 법인세 인상은 문재인정부가 최대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일자리 창출에도 역행할 우려가 크다. 대한상공회의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과표 500억원 이상 기업에 대해 법인세율을 3%포인트 올릴 경우 최대 6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는 세율 인상이 경쟁력 약화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기업이 잘돼야 나라 경제가 잘된다"고 말했다. 친노동 일변도로는 국가경제를 잘 이끌어나갈 수 없다는 인식을 드러낸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해법 등 새 정부 출범 이후 나온 일련의 정책들을 보면 과연 기업이 잘되기를 바라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나름대로 절박한 필요성이 있겠지만 기업의 감당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한꺼번에 추진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개혁이 성공하려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의 간담회 발언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법인세 인상부터 재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