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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발행 가상화폐는 시기상조…논의는 계속될 전망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05 15:30

수정 2017.12.05 15:30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발행하는 가상화폐 가능성은 아직은 가시화하기에 이르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이하 현지시간) 전망했다.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방크 등 일부 중앙은행에서 가상화폐 도입을 검토하고 있고, 관련 이론 역시 상당히 연구가 된 상태이지만 실행에 옮기기에는 극복해야 할 현실적인 장벽들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은행 총재의 지적처럼 이는 앞으로 10년간 연준내에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들리 총재는 지난달 29일 "연준이 검토하고 있는 것이기는 하다"면서도 "연준이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것에 대한 논의는 실제로 매우 시기상조이다"라고 말했다.

중앙은행들은 광풍이 불고 있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계속해서 외면할 수는 없는 처지이다.

중앙은행이 통화공급을 통해 경제 부침의 완급과 충격을 조절한다는 점에서 전자결제 급증과 이에 활용되는 가상화폐의 부상은 통화정책의 실효성 토대를 잠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릭스방크 등 일부 중앙은행들은 가상화폐 발행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기도 하다.

연초 럿거스대(뉴저지주립대)의 마이클 보르도와 다트머스대의 앤드루 레빈 교수는 공동논문에서 중앙은행 발행 가상화폐가 많은 장점들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일단 일반인들이 거부감 없이 사용할 수 있고, 개인이 연준에 직접 계좌를 열거나 연준과 협력한 민간은행 계좌를 통해 가상화폐를 사용할 수 있다.

또 이 계좌는 다른 일반 계좌처럼 이자가 지급될 것이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금리를 통해 소비자 차원에서 직접적인 통화정책을 펼 수도 있다.

전자거래 결제도 계좌 이체가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어 지금보다 빨라지고, 현금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수수료 역시 없앨 수 있다.

레빈 교수는 1일 WSJ과 인터뷰에서 많은 면에서 연준은 이미 이를 어떻게 운용할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상화폐 발행에 큰 어려움은 없다면서 연준이 신속히 움직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앙은행과 민간은행, 민간은행간 계좌이체 등은 실제 돈이 아닌 가상화폐인 전자화폐로 움직인다. 가상화폐와 차이는 거래내역이 담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과, 이 돈 가운데 일부는 정부가 지폐나 동전으로 찍어낸다는 점 정도다.

그러나 연준 주요 인사들은 당장 가상화폐를 발행해야 한다는 주장에 부정적이다. 조심스럽게 판단할 문제라는 것이다.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제롬 파월 이사는 지난 6월 '매우 매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고, 규제를 담당하는 랜덜 퀄스 이사 역시 같은 생각이다.

퀄스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강조했다.

퀄스에 따르면 사이버공격 가능성을 우려해야 하고, 또 가상화폐가 돈세탁, 테러자금에 활용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또 은행들의 대출 과정을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고, 더 효율적인 지급결제 시스템의 민간개발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도 있다.

아울러 개인과 기업들이 사생활보호 측면에서 연준 같은 정부기관과 직접 거래하는 것을 꺼릴 수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미국인들의 생활습성에서 비롯된 현실적 어려움 역시 무시할 수 없다.

WSJ은 여전히 미국인들에게는 현금이 최고라면서 스마트폰 결제 등이 늘고는 있지만 이는 온라인 쇼핑에서나 쓰일 뿐 대부분 미국인들은 소액결제에 현금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들리 총재는 심지어 많은 미국인들이 은행 계좌조차 갖고 있지 않다면서 연준 가상화폐는 현실적으로 지금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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