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제빵사 직고용 능사 아니다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04 17:16

수정 2017.12.04 23:03

[기자수첩] 제빵사 직고용 능사 아니다

제빵사는 빵을 만들고 은행원은 돈을 만진다. 제빵업은 제조업(2차산업)이고, 금융업은 서비스업(3차산업)이다. 제빵사와 은행원의 월급 차이만큼이나 둘 사이는 멀어 보인다. 하지만 공통점도 있다. 제빵사와 은행원은 모두 누군가의 아들 혹은 딸이며 엄마이거나 아빠이기도 하다. 직업은 다르지만 둘 모두 매달 월급을 받고 생활을 꾸려가는 직장인이다.
직장인이기에 둘 모두에게 밥그릇(일자리)은 소중하다.

금융권 성과연봉제. 지난 정권 때 정부는 공기업→금융공기업→은행 순으로 성과연봉제를 몰아붙였다. 성과연봉제란 성과가 좋은 사람에게는 상을 주고 저성과자에게는 벌을 주자는 것이다. 정부 측은 우리나라 은행원의 연봉은 미국.일본보다 상대적으로 높고 시간이 지나면 월급이 오르는 호봉제 탓에 제조업 대비 2배 가까이 많다며 성과연봉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성과연봉제 도입의 데드라인을 못박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기관장 연봉을 삭감하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이에 몇몇 국책은행은 노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회의실 문을 걸어 잠그고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를 날림으로 통과시켰다.

은행원(노조)은 반발했다. 점포마다 대출 상담, 잔돈 교환 등 업무가 다른 은행원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려운 데다 경쟁을 도입하면 부실대출 등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주장이었다. 30년 넘게 은행에 몸담은 한 부장은 "말이 좋아 성과연봉제이지 결국 퇴직금을 주지 않고 은행원을 자르겠다는 것"이라며 "관치의 영역인 은행부터 시작해 민간에까지 노동 유연화를 도입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연봉제는 문재인정부 출범과 함께 사실상 백지화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인천공항을 찾아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화를 약속했다. 일각에서는 인천공항 비정규직도 일종의 특혜집단이고, 로또 맞는 방식의 정규직화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비판했다. 하지만 새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다.

정부의 노동정책을 총괄하는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에 대해 제빵사 '직접고용'을 명령한 것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파리바게뜨 본사는 가맹점주와 제빵사의 3분의 2 이상이 직접고용에 반대한다며 직고용은 불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대신 제빵사의 처우를 개선한 '3자 합작법인'을 대안으로 내놨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제빵사에 대한 처우다.
그런 만큼 당국은 '직고용' 입장 고수에 앞서 제빵사 다수에게 이득이 되는 쪽으로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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