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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20%로 낮춘 일본, 왜?

전선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04 22:42

수정 2017.12.04 22:42

美.彿 등 공격적 감세안에 자국기업 경쟁력 높여주기
산재보험료율도 내리기로
【 도쿄=전선익 특파원】 "미국, 프랑스 등 국제경쟁에서 충분히 싸울 수 있을 정도까지 감소시키겠다."

일본 정부가 추진 중인 세제개혁안에 명시된 글이다. 언뜻 보면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일본 정부는 국제적 기업들을 일본에 유치하고, 일본 기업들이 국제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세제개혁을 추진해왔다.

사실 일본은 법인세를 내년에 29.74%로 낮출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미국, 유럽 등이 최근 내놓은 과감한 법인세 인하방안을 감안할 때 지금의 단계적 인하방안으로 이들 국가와 경쟁하기엔 부족하다고 판단, 인하 폭을 더 키우기로 가닥을 잡았다.


앞서 미국 상원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0%로 낮추는 트럼프 정부 감세안을 통과시켰고, 친기업정책을 펴고 있는 프랑스 마크롱 정부도 33.3%인 법인세율을 오는 2022년까지 25%로 인하할 계획이다. 영국은 법인세를 올해 19%로 내린 데 이어 2020년까지 17%로 낮출 것을 자신하고 있다. 기업 투자유치를 위해 각국 정부가 일제히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일본 아베 정부는 일본의 국제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실질실효세율 경감을 계속해왔다. 하지만 원했던 낙수효과는 없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이 부분에선 한국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기업들에 상당한 세제 혜택을 부여했지만 사내유보금만 쌓였고, 실질적으로 임금인상은 약했다. 하지만 이런 결과를 두고 일본은 더 강력한 유인책을 쓰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일본 정부는 이번 개정안에 "임금인상이나 투자에 소극적인 기업에는 과감한 경영판단을 촉구하는 세제조치를 강구한다"고 명기했다. 돈은 잘 벌면서 혜택을 나누지 않는 기업에는 감세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잘하는 기업엔 혜택을, 못하는 기업엔 제재를 확실히 주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정부의 법인세 조정안은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기존 최고 법인세율(22%)보다 3%포인트 높은 25%를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에 따르면 과세표준 2000억원 이상에 최고세율 25%를 매길 경우 지난 2016년 신고 기준 129개사가 연 2조5599억원을 추가 부담하게 된다.

일본 정부의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는 이게 전부가 아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내년부터 산재보험료율을 인하해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기로 결정했다.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이럴 경우 기업 부담액은 현재보다 연간 1300억엔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은 이런 정부 방침에 화답하는 분위기다. 아베 신조 총리가 내건 '사람만들기 혁명'의 일환인 '유아교육 무상화'를 위해 기업들은 3000억엔을 내놓았다.
이 지원금은 인가 보육원이나 기업 주도형 탁아소 등 보육 정비 비용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일본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미래형 인재 육성에 뜻을 같이하는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한편 기업들이 쌓아놓은 사내유보금 등을 투자로 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더불어 저출산 문제를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로 풀어나가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눈여겨볼 만하다.

sijeo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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