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평 '황무지 방치' 용산개발사업..복합 소송 막바지, 빛 보나

서울 용산구 용산역 철도 정비창 등 부지에 조성 예정이었던 용산국제업무지구 외곽에서 코레일 일반열차가 달리고 있다/사진=이진석 기자
서울에서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으로 평가되는 용산역사 뒤편에는 치솟은 고층빌딩 사이에 35만여㎡에 이르는 황무지가 수년째 방치돼 있다. 사업비 30조원 규모의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일컬어진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이 실패로 끝난 흔적이다. 대출이자를 못 갚아 사업을 접은 이 땅에 최근 개발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사업을 옭아맨 지지부진한 소송들이 막바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1심 선고 앞둔 명도소송..공사 재개 언제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7부(김광진 부장판사)는 오는 22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삼성물산 등 민간건설사들을 상대로 "점유 중인 부지에서 나가달라"며 낸 건물철거 및 토지인도청구 소송의 1심 선고를 할 예정이다. 2014년 12월18일 소장이 접수된 지 무려 3년 만이다.

35만6492㎡ 면적의 이 땅은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이 용산 개발을 위해 세운 특수목적법인 드림허브 프로젝트금융투자(드림허브PFV)가 공사대금을 내지 못해 건설사들이 철재 펜스를 두른 채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용산역 철도 정비창 등 부지에 조성된 용산국제업무지구 주변으로 시공사가 설치한 철재 펜스가 둘러져있다./사진=이진석 기자
시공사인 삼성물산 등은 용산 개발사업에 들어간 철도시설 철거 및 토양오염 정화 비용을 받지 못하면 공사장에서 나갈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업주였던 드림허브PFV는 수백억원의 공사대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이 돈은 결국 땅 주인인 코레일이 갚아야 한다.

앞서 시공사 측은 드림허브PFV를 상대로 공사대금 청구 소송을 냈으나 드림허브PFV는 변호인도 선임하지 않은 상태에서 코레일이 보조참가자로 나서 1심에서 "647억7000여만원을 갚으라"는 판결을 받았다. 시공사 측의 청구액 1157억원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같은 재판부에서 진행되는 명도소송에서는 이 금액이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시공사 측은 최종변론기일에서 공사대금 외에 토지를 점유하면서 지출한 유지비용 약 60억원을 추가로 청구하기 위해 감정신청을 냈으나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코레일이 1심 소송에서 인정된 금액을 시공사에 지급하거나 법원에 공탁하면 해당 부지에 대한 가집행이 가능하다. 다만 판결에 불복한 시공사 측의 강제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항소심까지 소유권 이전이 미뤄질 여지가 있다.

■코레일, 관련 소송에서도 잇단 승기
코레일은 용산 개발의 발목을 묶고 있는 여러 소송을 현재까지 유리하게 풀어내고 있다. 지난달 드림허브PVF와 민간출자사 23곳이 코레일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2심에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코레일에 사업 무산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복잡하게 얽힌 토지 권리관계도 정리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대한토지신탁을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소송 역시 2심에서 승소 후 확정됐고 나머지 부지(21만5419㎡)를 드림허브PFV에서 돌려받는 소송은 1심 승소 후 내년 1월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코레일로서는 이번 소송전을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 짓고 공사 재개에 나서야 한다. 현재까지 공사대금 외에 1심에서 인정된 이자비용만 138억원으로, 최대한 빨리 땅을 되찾아 와야 추가손실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코레일의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화우의 한석종 변호사(사법연수원 29기)는 "시공사들은 개발이 지연돼도 이자를 받을 수 있으나 코레일은 그 만큼 손해를 보게되는 셈"이라며 "부지가 4년 이상 방치된 상황에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소송을 빨리 마무리 짓고 토지를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