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학교폭력 표본조사 도입 '맞춤형 대응'

연지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05 19:25

수정 2017.12.05 22:03

맞춤 대책, 원인 분석 가능토록 내년부터 학년초 전수조사 1회
학년말 표본조사 1회로 개선.. 표본조사는 학교급과 학년별 전체학생의 3%인 10만명 표집
#1.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A학생은 가해학생과 여전히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다. 가해학생으로부터 일방적인 신체 폭행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학이나 분리 조치가 되지 않아서다. 가해학생을 보호하고 선도한다는 취지라고는 하지만 피해자에 대한 배려는 이뤄지지 않다보니 결국 A학생 측에서 오히려 가해 학생을 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A학생은 여전히 혼자 속앓이를 하며 학교를 다니고 있다.

#2. 학교폭력피해를 겪은 B학생 측은 최근 치료비 청구 문제로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했다. 치료비 관련 학교폭력자치위원회의 논의가 있었지만 피해자의 치료비는 소송이나 학교안전공제회 등을 통해서만 변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결론이었다.
학폭위가 경찰이나 관할 교육청 등 전문가가 참여하지 않은 채 비전문가로 진행되면서 치료비 청구를 위해 다시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했다. B학생 측은 폭력으로 생긴 트라우마에 외상후스트레스 장애까지 겪고 있지만 미흡한 학폭위의 후속조치는 피해자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됐다.
학교폭력 표본조사 도입 '맞춤형 대응'

최근 학교폭력 수위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지만 정작 관련 제도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를 통한 체계적인 후속조치나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개선책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학폭 실태조사 방식을 내년부터 개선한다. 5일 일선 학교 등 교육계에 따르면 학교폭력 사건에 대해 관련 제도를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 학부모는 "학폭 사건이 발생하면 해당 학교는 조용히 무마되기를 원하고 약한 학생이 오히려 문제아가 된다"며 "학폭위에는 가해자 측 관계자들이 참석하면서 불공정한 판단이 내려진다"고 토로했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학생인데 적절한 보호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2차적인 상처를 받는 경우도 있다는 평가다. 실질적인 보상도 미흡한 경우가 있다는 지적이다. 피해자에 대한 확실한 보상제도나 전문가에 의한 계도 조치가 필요하지만 피해자와 가해자가 분리되지 않은 채 계속 같은 공간에서 수업을 받는 상황마저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학교에 CCTV를 설치하자는 제안마저 나오고, 피해 후속조치 못지 않게 예방조치도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부가 지난 9월 18일부터 10월 27일까지 6주동안 360만명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피해응답률은 2만8000명으로 0.8%였다. 이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피해유형도 전년과 같이 언어폭력과 집단따돌림, 스토킹 순으로 높았다. 학교폭력이 줄지 않고 있지만 관련 대책 역시 제자리 걸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6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후속조치'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학교폭력 피해(목격) 경험이 있느냐는 서술형 문항 실태조사에 응답 건수는 1차 실태조사 1만8630건, 2차 실태조사 1만2443건이었으나 이 중 가.피해자의 정보가 모두 명확하게 기재되고 피해사실이 위법에 해당해 후속조치가 가능한 건수는 1차 1763건(9.4%), 2차 1582건(12.7%)으로 모두 10% 안팎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우선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내년부터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전수조사를 연 2회 실시하던 것에서 학년초 전수조사 1회와 학년말 표본조사 1회로 개선해 맞춤형 학폭 대책이나 심층원인분석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모두 1년 단위로 조사하고, 표본조사 대상은 학교급과 학년별로 전체학생의 약 3%인 10만명을 표집해 조사한다.


교육부 최보영 교육통계담당관은 "이번 개편은 복잡하고 다양하게 변화돼 가는 학교폭력 환경에 적극 대응하고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취지"라며 "개편된 실태조사가 현장에 안착하고 지속 발전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와 폭넓은 의견수렴을 실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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