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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1% 초반으로 낮아진 물가와 남아 있는 2% 기대

장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06 10:58

수정 2017.12.06 10:58

/사진=fn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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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에 발표된 1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에 비해 1.3% 상승하는 데 그쳤다.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상승률로 작년 12월(1.3%)과 같은 수준이었다.

물가 상승률이 가파르게 둔화되자 금융시장 일부 참가자들 중엔 내년 금리 인상의 한계, 심지어 경기회복세의 한계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일반인들이 장바구니 물가나 식탁 물가 등을 내세워 동의하지 않을 지라도 수치로 나타난 최근 수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매우 낮았다. 그러다가 올해 들어 물가상승폭이 한 단계 높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만 하더라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심심찮게 0%대를 보여주곤 했다.


지난해 초부터 4월까지 소비자물가는 0%대와 1%대 초반 상승률을 반복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5~8월엔 0%대 상승률을 보였으며 9월 이후 오름폭을 키웠다.

물가 상승률이 한 단계 높아진 작년 9월~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1.5%대였다. 이후 올해 들어서는 1월 2.0% 상승하면서 더 높아진 상승세를 보여줬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까지 1.9~2.6% 수준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특히 8월엔 2.6%나 오르면서 한은의 중기물가목표(2.0%)를 크게 웃도는 모습을 보였다. 전반적으로 2%, 혹은 2%에 가까운 정도의 물가 상승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연말로 가면서 물가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10월 물가상승률은 1.8%에 그쳐 연중 가장 적게 올랐다. 이후 11월 수치는 1.3% 오르는 데 그쳐 물가에 민감한 채권투자자를 비롯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 당국, 물가상승률 당분간 낮지만 내년엔 2%를 향해 갈 것

소비자 물가는 농산물, 석유류 등 공급 측면 변동 요인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

이에 따라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하거나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지수를 따로 산정한다. 이는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기 위한 방식이다.

즉 소비자물가에서 농산물이나 석유류 등을 제외한 물가를 따지면 보다 '근원적인' 물가 오름세를 확인할 수 있으며 수요측면에서의 물가 압력을 보다 적절하게 가늠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근원 물가 역시 최근 급격히 둔화됐다.

올해 여름인 7~8월 근원물가 상승률은 1.8%를 기록해 연중 가장 높았다. 하지만 이후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해 10월과 11월 근원물가는 각각 1.3%, 1.2% 오르는 데 그쳤다.

이달 초 발표된 소비자물가가 예상을 크게 밑돌자 투자자들은 한국은행의 내년 2% 중기목표 근접 전망에 대한 불신을 나타내기도 했다. 물가연동국채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물가 상승세의 한계를 거론하기도 했다.

당분간 물가가 오름폭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게 당국의 관점이다.

기획재정부는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이 나온 뒤 "향후 물가는 국제유가 변동, AI 재발 등 위험요인이 있으나 농산물 가격 안정 등으로 안정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낮은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 '안정세'라고 평가했다.

한국은행도 당분간 물가 오름세는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한은의 관점 중 주목받는 것은 '당분간'이 아니라 '좀더 시간이 지난 후'다. 한은은 좀더 시간이 지나면 물가 오름폭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12월1일 소비자물가가 발표되기 하루 전에 열린 금통위에서 이주열 총재는 물가가 당분간 낮지만 향후엔 높아질 수 있음을 강조했다. 6년 5개월만의 금리 인상 역시 '물가 상승에 대한 선제적 대비' 차원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금리 정책은 단기적 시계의 물가 움직임이 아니라 중장기적 시계의 기조적 흐름에 대한 판단에 기초한다"면서 "현재 물가가 낮은 데엔 공공요금, 농수산물 가격 안정, 대규모 할인 행사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총재는 그러면서 향후 물가 상승률이 높아질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1% 중반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보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선 경기회복세가 강해져 수요압력이 높아지고 물가가 점차 물가안정목표(2%) 수준으로 갈 것으로 본다. 그 판단에 의해 금리를 올린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행은 내년 근원물가가 1.9% 올라 2%에 근접할 것으로 보고 있다.

▲ 11월 물가 낮았지만 2%에 대한 기대감은 남아..글로벌 저물가 기대감도 남아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는 1.8% 내외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보다 크게 낮은 1.3%가 나오면서 투자자들은 불신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점은 발표 후 물가채 가격 하락과 BEI 급락 등에서 엿볼 수 있었다.

물가 상승률에 제한된 데는 농산물의 공급 확대에 따른 가격 하락, 도시가스 요금 인하와 같은 유틸리티 가격 하락 등이 큰 영향을 줬다.

이자율 시장 등의 관심사 중 하나는 과연 물가가 중기목표 수준으로 갈 수 있을지 여부다. 과연 당분간 낮게 나올 것으로 보이는 물가가 향후 물가 꾸준히 오름폭을 키울 수 있느냐다.

메릴린치는 "일단 헤드라인 CPI(소비자물가)는 올 8월에 고점을 찍은 후 당분간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릴린치는 그러나 "2018년 소비자물가는 2.0% 수준으로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문재인 정부의 재정·노동 정책은 상방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JP모간은 "가스요금 인하와 같은 특수하고 일시적인 요인 여파가 사그라들면서 인플레이션은 가까운 미래에 반등해 2018년을 통틀어 점차 올라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예상보다 높은 유가,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최저임금 인상 등은 공급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은 물가 상승률이 낮지만 향후엔 올라갈 것이란 전망은 상당히 많다. 소비자물가의 선행지수라고 할 수 있는 생산자물가의 반등을 감안하기도 한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 초반에 머물러 있지만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3%를 넘어섰기 때문에 내년에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에 근접하거나 그 이상으로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기준금리 1.5%와 경제성장률 3%, 물가상승률 2%라면 내년에 3~4차례 금리인상을 예상하는 게 정상적이다. 하지만 가계부채와 금리상승 효과로 가계소득이 10조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등을 감안하면 내년 금리인상은 5~7월 사이에 이뤄질 것이며 가계부채 위험이 없다면 세 번째 인상도 그 6개월 후에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최근 물가 상승률이 급하게 둔화되는 것을 확인한 사람들 중엔 물가가 2%, 혹은 그 근처까지 오르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한은 등이 소비자물가가 2%선으로 오를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미국 등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적으로 물가 전망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다.
국내 역시 상황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한은이 11월 금리인상의 근거 중 하나로 소비자물가 상승 '전망'을 들었는데, 그 전망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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