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우리가 조세회피처라니 … EU 결정 황당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06 17:10

수정 2017.12.06 17:10

블랙리스트 17개국에 포함
국제 망신 … 정부는 뭐 했나
한국이 유럽연합(EU)으로부터 조세회피처로 지정됐다. EU는 5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재정경제이사회를 열어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에 17개국의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는 서인도제도의 바베이도스.트리니다드토바고.세인트루시아, 남태평양의 사모아, 미크로네시아의 괌, 아프리카의 나미비아, 중앙아시아의 몽골 등과 함께 한국이 포함됐다. 앞으로 각국별로 블랙리스트 대상국에 다양한 형태의 불이익을 줄 계획이라고 한다.

국제적인 망신이다. 국가신인도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법인과 개인의 소득에 대해 세금을 물리지 않거나, 물리더라도 아주 낮은 세율(15% 이하)을 적용하는 나라나 지역을 조세회피처로 규정하고 있다. 이때 조세제도의 투명성이나 세금정보의 공유 여부, 기업의 실질적인 사업수행 여부 등도 함께 고려한다. 즉 조세회피처란 세금특혜를 주면서 거래자와 거래내역 등을 비밀에 부쳐 국제적인 탈세의 온상이 되고 있는 지역이나 국가를 말한다. EU는 한국을 국제적인 탈세의 온상으로 지목한 것이다.

EU는 최근 역외탈세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경제 시대에 다국적기업들은 세금이 싼 나라에 자회사를 두고 여러 국가에서 발생한 이익금을 자회사로 빼돌리는 방법으로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는다. 이번 블랙리스트 지정도 이를 차단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보인다. EU는 한국이 외국인투자지역이나 경제자유구역 등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에 주는 세금감면 제도를 문제 삼았다. 관련 제도의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었다.

EU측 주장을 인정한다 해도 이건 도를 넘었다. 한국은 선진국 클럽인 OECD 회원국이자 무역규모 세계 8위인 경제 모범국이다. 조세제도와 국제거래가 불투명한 자치령 섬나라들과 같은 반열에 끼워넣어 국제적 오명을 씌웠다니 황당할 따름이다.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해 감세혜택을 주는 것은 EU 회원국들도 마찬가지다. 투명성 문제를 지적하지만 한국은 관련 법에 따라 감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세율인하 경쟁을 벌이는 속에도 법인.소득세율을 올리고 있다. 한국은 조세주권을 엄정하고 투명하게 행사하고 있다.

EU는 얼토당토 않은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 지정을 재고해야 한다. 이와는 별개로 정부는 이 지경이 되도록 무얼 했느냐는 비판을 들어도 마땅하다.
최단시일 안에 EU의 부당한 결정이 철회되도록 외교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그 이전에 EU 측에 우리 조세제도에 대한 설명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를 조세제도의 투명성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