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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국민소득 3만弗 시대의 국가통계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0 17:00

수정 2017.12.10 17:01

[차관칼럼] 국민소득 3만弗 시대의 국가통계

2017년 달력도 이제 12월 마지막 한 장만 남았다. 옛날부터 북미 대륙의 인디언들은 열두 달을 독특한 긴 이름으로 불러왔다. 크리크족은 말을 아끼고 한 해를 돌아보라는 의미에서 12월을 '침묵하는 달'이라고 부른다. 우리도 일부 시민단체에서 아라비아숫자 대신 예쁜 순우리말로 달력을 만들어 사용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단체가 제안한 12월의 이름은 '매듭달'이다. 마음을 가다듬는 한 해의 끄트머리 달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포항 지진으로 한 차례 연기된 수학능력시험을 본 수험생들도 오는 12일이면 성적표를 받게 된다. 이제 드디어 대학 진학이라는 마지막 매듭을 묶을 준비를 해야 한다. 이번 수능시험이 다소 어려웠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의외로 가채점 결과 만점을 받은 수험생이 10명이 넘을 거라고 한다. 공부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어느 순간부터는 한 문제를 더 맞히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소위 한계생산 체감의 법칙이 작동하기 마련인데 이를 극복한 놀라운 사례다.

같은 맥락에서 국민소득(GNI)도 1만달러를 2만달러로 끌어올리는 것보다 2만달러에서 3만달러로 끌어올리는 게 더 어렵다. 우리나라는 2006년에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돌파한 이후 11년째 3만달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데, 최근 반도체산업을 중심으로 성장률이 회복되면서 내년에는 3만달러 돌파가 무난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계생산 체감의 법칙도 이처럼 혁신을 통해 극복이 가능하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 통계청은 어떤 과제를 준비해야 할까. 그동안 국가통계의 핵심은 국민소득과 같은 경제의 양적 성장을 측정하는 데 두어졌다. 그러나 이제는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국민소득의 증가와 함께 국민 삶의 질 역시 함께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아져도 환경오염이나 범죄발생률이 증가하거나 사회적 신뢰수준이 낮아지면 국민 삶의 질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이것이 'Beyond GDP'로 대표되는 논의 흐름이다.

통계청이 개발한 삶의 질 지표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동안 1인당 실질GDP가 28.6% 증가할 때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는 그 절반인 11.8%만 증가했다. 이런 통계는 소득 수준과 삶의 질의 괴리를 좁혀나갈 필요성을 제기한다. 아울러 통계청은 '사람 중심의 착한 성장'이라는 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뒷받침하기 위해 삶의 질 측정 지표를 보다 세분화할 예정이다. 이는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부응해 국가통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국가데이터 허브로서 통계청의 역할과 위상을 재정립하고자 하는 것도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는 빅데이터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가통계 선진화라는 목표를 향한 중요한 한 걸음이다. 데이터가 4차 산업혁명의 원유(原油)라면 통계는 정유(精油)다. 원유를 정제하면 훨씬 고가의 석유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것처럼 방대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의미 있는 통계로 변환하면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의 나침반이 되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국가데이터 허브로서 통계청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매듭달인 12월에는 지난 한 해의 성과와 한계를 차분히 돌아보고 다가올 한 해를 준비해야 한다.
이에 더해 올해는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다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황수경 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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