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KDI의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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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을 수식하는 문구는 '국내 최고.최대의 국책연구기관'이다. 정부의 각종 경제정책 논리를 개발하고 정책방향을 제시한다. 정부 '싱크탱크'지만 경제·사회정책 전반에 대해 비판적 논조도 제시한다.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이었던 소위 '초이노믹스'에 대해 가계부채 급증 경고를, 참여정부 경제정책은 '아마추어적'이라고 했다. 일자리와 복지를 중심으로 국가재정지출 확대를 밀어붙이고 있는 문재인정부에 대해서도 '국가부채 관리 노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KDI가 최근 한국은행을 상대로 각을 세웠다. 한은이 6년5개월 만에 단행한 기준금리 인상이 '다소 이른 감이 있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어느 나라 중앙은행이든 통화정책을 쉽게 전환하지 않는다. 특히 금리인상으로 방향을 트는 것은 가계·기업·시장의 고통과 저항을 유발하기 때문에 고심을 거듭한다. 한은도 지난 6월 이주열 총재가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예고한 뒤 5개월 만에 금리를 인상했다.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근거로 내세웠고,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제어할 카드가 필요하다는 논리도 제시했다. 한은의 정책전환은 향후 금리인상 추세가 이어진다는 의미다.

고심 끝에 내린 한은의 결정에 KDI는 세세하게 반박했다. 우선 현재 경기호조를 이끌고 있는 반도체 수출에 대해 한은과 시각이 달랐다. KDI는 반도체를 포함한 투자 증가세가 내년에 꺾일 수도 있다고 봤다. KDI가 주목한 또 다른 경제지표는 고용이다. 최근 경기회복세가 반도체 중심의 제조업에 집중되면서 신규 일자리는 늘지 않고 있어 내년 취업자 증가 폭은 올해보다 적은 30만명대에 머물 것으로 추정했다. 경기에 대한 KDI의 시각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2.9%)로 나타났다. '3% 성장' 기조 유지라는 정부와도 결이 달랐다. 0.1%포인트 차이가 나지만 전망치 소수점 앞자리 수가 다르다는 것은 내년 경기흐름을 놓고 견해차가 확연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사실 한국 경제는 지표상으론 호조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이 금리를 두 차례 올려도 여전히 완화적 수준"이라고 조언했다. 경기흐름이 그만큼 괜찮다는 의미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기조적인지 아닌지를 놓고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존재한다. 3.4분기 성장률이 1.5%(전기 대비)로 약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깜짝 성장세'를 기록했다는 게 낙관론의 근거다. 반면 반도체 수출이 '외끌이'로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고, 민간소비 등 내수 경기지표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는 비관론자의 지적도 있다. 물가 또한 1.3%(11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전년 동월 대비)로 연중 최저치인 것도 경기흐름을 안심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KDI는 박근혜정부 때 사실상 2명의 경제부총리(현오석, 유일호)를 배출했다. 현재 KDI를 이끌고 있는 김준경 원장도 박근혜정부 때 연임했다. 정부의 싱크탱크이지만 현 정부와 다소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맥 배경도 있다.

그럼에도 KDI의 '쓴소리'는 타당하다. 반도체 경기가 나빠지면 한국 경제는 언제든 과거처럼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 수 있다.
고용상황 등 성장의 지속력을 담보할 기반이 여전히 약하다는 지적도 적절하다. 더구나 앞으로 정부의 재정확대와 한은의 '긴축'이라는 상반된 정책기조로 인한 소비위축 등 부작용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정책당국자들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소통을 강화해 최선의 정책조합을 만들어 나가야 할 때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