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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북한의 ICBM, 한국의 소프트파워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2 17:00

수정 2017.12.12 17:00

[여의나루] 북한의 ICBM, 한국의 소프트파워

국민 기대와 달리 북한이 또다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감행했다. 80일 가까이 핵실험이나 ICBM 발사와 같은 도발을 중단해서 협상의 물꼬가 열리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을 가졌던 국민들은 허탈할 따름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ICBM이나 핵무기를 만드는 식의 맞대응은 현실성이 없다.

무역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우리가 국제사회의 제재를 감수하면서 모험을 벌일 수 없기 때문이다.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에 대한 압박을 극대화해서 협상의 장으로 끌어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북한이 ICBM과 핵무기라는 '하드파워'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상황에 맞서 우리는 소프트파워를 극대화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소프트파워는 원료를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상상력을 혁신으로 바꾸는 능력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규제 이슈, 창의적 교육, 위험 감수 금융시스템 구축, 도전정신 등에서 얼마나 더 앞서 있느냐가 소프트파워의 척도가 된다. 여기에 기술.산업측면으로 북한의 ICBM과는 또 다른 ICBM(사물인터넷.클라우드.빅데이터.모바일)이 핵심이다. 세계 최고수준의 ICBM으로 소프트파워를 높여야 한다. 물론 이 ICBM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아니다. 소프트파워를 끌어올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슬기롭게 대처하고 경제 역동성을 회복하자. 이를 통해 북한과의 경제력 격차를 더 벌리고 세계 경제 일원으로서의 책임감을 다하는 것이 북한의 하드파워에 맞서는 최선의 길이라고 믿는다.

사실 우리나라 경제가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최근 수요가 폭증한 반도체를 제외하면 흑자폭은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다. 소프트파워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육성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방증이다.

북한이 ICBM 발사 준비에 한창이던 지난달 우리나라 아이돌그룹인 방탄소년단은 미국 3대 가요제 중 하나인 '2017 아메리칸 뮤직어워드(AMA)' 주최 측으로부터 초대받아 미국을 들썩이게 했다. 미국의 유명 TV쇼 진행자인 앨런 드제너러스는 "방탄소년단이 로스앤젤레스공항에 도착했을 때 마치 비틀스가 온 줄 알았다"고 국내 아이돌의 인기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K팝은 사실 우리나라 소프트파워의 산물이기도 하다. 해외 작곡가들과의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작곡시스템, 위험을 감수한 아이돌 육성시스템, 오디션에 의한 공정한 선발시스템, 팝의 본고장인 미국시장을 두드리는 도전정신 등 소프트파워 측면에서 세계 최고수준이다. 국내 음악기획사들은 이를 통해 창의력을 혁신으로 만들어냈고 오늘의 방탄소년단이 탄생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자원보유 여부가 중요했던 3차 산업혁명 시대까지 우리는 항상 후발주자였다.
선진국은 100m를 달릴 때 우리는 50m 뒤에서 150m 달리기를 해야 했다. 상상력을 혁신으로 이끌어내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자원 보유 여부보다도 누가 소프트파워가 강하냐가 더욱 중요하다.
이제야 선진국과 동등한 거리에서 달리기 시합을 하는 공정한 경쟁이 시작됐다. 소프트파워를 더욱 높이는 길만이 최근의 엄중한 시국에서 시대적 소명을 다하는 길임을 명심하자.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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