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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과거사로 현재 갈등을 덮는 전략 구사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3 16:57

수정 2017.12.13 16:57

【베이징(중국)=조은효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방중 첫 날인 13일 중국민을 향해 난징대학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과거사 직시'와 '성찰 필요성'으로 요약되는 대일 메시지를 던진 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본격적으로 '균형외교'를 가동시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과거를 통해 현재의 갈등, 즉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을 풀겠다는 풀겠다는 소위 '두 마리 토끼잡기 전략'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이 이날 베이징 도착 직후부터 이어진 재중 한국인 간담회와 한·중 비즈니스포럼에서 두 차례나 난징대학살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힌 건 이런 구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사 문제는 한·중이 공유하고 있는 공통분모다. 문 대통령이 "우리 한국인들은 중국인들이 겪은 이 고통스러운 사건(난징대학살)에 깊은 동질감을 가지고 있다","동병상련의 마음"이라고 언급한 것도 현재 첨예한 갈등을 짐짓 누그러뜨릴 수 있는 고도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항일독립운동을 펼친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대거 초청된 재중국 동포간담회에서 "(항일운동의 동지가 되어준 중국 인민들의 우의가 있었다.
한중우호의 역사가 깃들어 있다"고 강조한 것도 한·중간 과거사라는 공통분모를 강조하기 위한 대목으로 비쳐진다. 문 대통령이 노영민 주중대사의 공항 영접을 마다하고,노 대사를 난징으로 급파해 난징대학살 추모 80주년 행사에 참석시킨 것은 한·중관계 개선을 위한 '신의 한 수'로 평가된다. 이날 추모식엔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해 중국 지도부가 대거 참석했다. 시주석이 행사에 참석한 건 2014년 이후 3년만이다.

다만, 대중국 주파수 맞추기를 위한 '대일메시지'는 중국측이 '중·일 관계 개선'을 시사하는 메시지를 내는 바람에 다소 엇박자를 낸 부분도 없지 않다. 이날 난징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위정성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은 "일본 군국주의로 발생한 전쟁에서 중국 인민 뿐만 아니라 일본 인민도 큰 피해를 입었다"며 "양국 국민은 평화를 더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밝혀, 중국이 일본과 관계개선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위 주석은 "올해 중일 국교정상화 45주년, 내년 중일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을 맞으며 중국과 일본은 양국 인민의 근본이익에서 출발해 평화, 우호, 협력의 큰 방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역사를 거울로 삼아 미래로 나아가며 세대 간 우호를 기반으로 인류평화에 공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난징대학살 80주년인 이날 추모식에 시 주석이 참석하고도 내년 3월 퇴임 예정인 위 주석이 일본에 대해 다소 유화적인 추모사를 한 것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앞서 2014년 시 주석은 첫 국가추모일에 참석, 추모사를 통해 "역사의 범죄를 부인하는 것은 범죄를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과거사를 부인하는 일본을 정면 비판한 바 있다.
시 주석 본인의 참석으로 일본에 대해 과거사 반성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과 동시에 추모사 연설을 위 주석에게 맡김으로써 일본과 관계를 호전시키겠다는 뜻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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