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北·美 대화론] 핵무력 완성 선언한 김정은, ‘틸러슨의 러브콜’에 답할까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3 17:38

수정 2017.12.13 17:48

[이슈분석] "北과 조건없이 대화" 美 국무장관 파격제안
전제조건 없는 북·미 대화, 트럼프정부 출범후 첫 언급 대통령.. 승인여부는 불투명
열쇠 쥔 북한, 신년사 통해 ‘핵이냐 대화냐’ 택하겠지만 대화 나설지 전망은 비관적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직접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면서 북한이 이 국면을 평화 공세로 가져갈지, 아니면 핵 무력도발 강화를 택할지에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돌연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하면서 북·미 대화가 가시권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건은 북한의 반응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북한이 대화를 받을 준비가 돼 있는지가 관건인데 전망은 비관적"이라면서 "북한이 대화와 핵 개발 중 어느 쪽에 방점을 찍을지 내년 신년사를 통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틸러슨 돌연 '조건 없는 대화'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2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해 사실상 전제조건 없는 북·미 대화 재개를 제안하면서 향후 판도가 주목된다.

CNN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틸러슨 장관은 이날 미 워싱턴에서 애틀랜틱카운슬과 국제교류재단이 공동주최한 '환태평양시대의 한.미 파트너십 재구상' 토론회 기조연설 후 질의응답 시간에 "우리는 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되면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있다"며 "우리는 전제조건 없이 기꺼이 북한과 첫 만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냥 만나자. 당신(북한)이 원한다면 우리는 날씨 얘기를 할 수 있다.
사각 테이블인지, 둥근 테이블인지에 흥미가 있다면 이에 관해 얘기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만날 수 있다고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지난달 29일 미국 본토까지 사정거리에 드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시험발사한 지 2주 만에 나온 발언으로 북한과의 대화 문턱을 크게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포기를 전제로 한 대화는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많은 돈을 투자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해야만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이 점에 대해 매우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북한이 일정기간 핵실험이나 미사일 추가도발을 중단해야 한다는 점은 강조했다.

틸러슨은 "만약 대화 도중에 시험이나 추가도발을 한다면 대화는 어려워질 수 있다"며 "대화를 하려면 일정 기간 (도발)휴지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구체적인 중단기간을 밝히진 않았지만 워싱턴에서는 60일 이상 도발하지 않아야 대화한다는 것을 '틸러슨 구상'이라고 보고 있다.

이를 두고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북한과의 협상에 문을 활짝 열었다"면서 "틸러슨의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래 지금까지 평양을 향한 가장 분명한 외교적 접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CNN도 "(핵.미사일) 시험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조롱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외교에 참여하자는 직접적이고 공개적인 초대장을 북한에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백악관이 즉각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입장에 변화없다"는 모호한 입장을 내놓으면서 틸러슨의 발언이 대통령의 승인을 받은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北, 대화 아닌 도발 택할 것"

북한은 공을 넘겨받았지만 그동안 미국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야 협상에 임하겠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다. 최근에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북한이 이번(화성-15형) 발사로 목표를 달성해 이제 미국과 협상할 준비가 됐다고 밝히면서 협상에 나가는 조건은 핵보유국 인정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도 이날 "우리의 힘과 기술로 원자탄, 수소탄과 대륙간탄도로켓(ICBM) '화성-15'형을 비롯한 새로운 전략무기체계들을 개발하고 국가핵무력 완성의 대업을 이룩한 것은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사생결단의 투쟁으로 쟁취한 우리 당과 인민의 위대한 역사적 승리"라고 선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은 내년 1월 신년사에서 핵무력 완성을 다시금 확인하고 국제사회에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지위를 요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아직 대기권 재진입 여부가 확인되지 않긴 했지만 시간문제라고 봐서다. 최근 미 중앙정보국(CIA)은 북한 ICBM 개발을 저지할 수 있는 시한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틸러슨 장관의 발언에 대해 "미국이 ICBM 발사를 본토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과거보다는 적극 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봤다. 다만 "북한으로서는 내년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이나 ICBM 능력 고도화를 해야 하기 때문에 굳이 이 시점에 대화에 나서야 할 이유가 없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힘'을 의심하는 북한으로서는 내년 11월에 있을 미국의 중간선거를 지켜보고 나서도 늦지 않다는 판단이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도 "황병서 등 2인자 그룹 국내정치 일정을 고려할 때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추가도발 여부도 관심이다. 북한이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평화 공세로 나올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최근 도발 징후가 포착되기도 한 만큼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는 상황이다.
정 실장은 "북한은 내년에도 협상을 거부하면서 미국과의 핵균형을 이루고 ICBM의 대기권 재진입기술 확보를 위한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美 백악관-정부 관료들의 대북문제 입장차

북,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할 것 ▶8월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것 ▶9월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미국과 북한 사이 2~3개의 대화채널 가동되고 있다 ▶9월 30일 렉스 틸러슨 미 국무
북한과 서로 첫 대화의 필요성을 느낄 날이 올 것 ▶11월 11일 렉스 틸러슨 미 국무
북한과의 전쟁가능성 매일 커지고 있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