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디자인 도용 오뚜기, 1억 배상하라" 판결..오뚜기 "항소"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4 16:00

수정 2017.12.14 16:00

오뚜기, 식용유 용기 디자인 시안 받아 계약 없이 시판 
저작권법상 해당 없어 검찰 무혐의 처분
법원, 디자인 보호법 근거 "1억 배상"
디자이너 조인래씨의 식용유 용기 디자인 시안(왼쪽)과 오뚜기의 등록디자인/사진=조인래씨 제공
디자이너 조인래씨의 식용유 용기 디자인 시안(왼쪽)과 오뚜기의 등록디자인/사진=조인래씨 제공
오뚜기가 식용유 용기 디자인을 도용했기 때문에 1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디자이너와 계약 없이 시안을 디자인으로 등록해 시판했다는 것이다. 오뚜기는 '디자인 시안'을 저작물로 취급하지 않는 저작권법상 문제로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디자인 보호법을 적용한 민사 소송에서는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디자인 시안 빼앗아 등록"…검찰 '무혐의'
서울중앙지법 민사61부(윤태식 부장판사)는 용기 디자이너 조인래씨가 오뚜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오뚜기는 1억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오뚜기는 2009년 6월 자사 용기 제작을 담당하는 하청업체로부터 조씨를 소개받았다. 조씨는 해태제과음료와 롯데 음료 등 플라스틱 용기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디자이너다.
조씨는 오뚜기 중앙연구소 회의에 2차례 참석해 자신이 만든 식용유 용기 디자인 시안 10여개를 보여줬고 이중 일부를 오뚜기 측에 제공했다. 이후 오뚜기는 조씨가 제공한 시안 일부를 수정해 디자인을 등록했고 제품을 출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조씨는 2011년 11월 검찰에 저작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오뚜기를 형사고소했다.

검찰은 다음해 11월 "'디자인 시안'은 저작권법상 응용미술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오뚜기에 무혐의처분을 내렸다. 저작권법상 응용미술 저작물은 '물품에 동일한 형상으로 복제될 수 있는 미술저작물로, 이용된 물품과 구분돼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을 말하며 디자인 등을 포함한다'고 규정돼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모든 디자인이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보호받지 않고 그중에서도 고도의 예술적 가치가 있어야 보호받을 수 있는 등 엄격하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조씨는 디자인보호법에 근거해 오뚜기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디자이너 조인래씨의 식용유 용기 디자인 시안(왼쪽, 가운데)과 오뚜기의 등록디자인/사진=조인래씨 제공
디자이너 조인래씨의 식용유 용기 디자인 시안(왼쪽, 가운데)과 오뚜기의 등록디자인/사진=조인래씨 제공

■법원 "오뚜기 디자인 창작 근거 없어"
재판부는 조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조씨의 디자인 시안과 오뚜기의 제품 사이에 차이점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안과 제품 간의 공통점은 전체 디자인의 지배적인 부분이지만 차이점은 디자인의 부수적인 구성에 불과하고 쉽게 변형 가능한 것"이라며 "제품 디자인은 조씨의 디자인 시안을 도용해 출원·등록한 것이어서 디자인등록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시했다.

오뚜기는 일본의 카오사와 CJ사의 디자인을 참조해 자신들이 창작했다고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뚜기 직원들의 창작물이라는 점을 쉽게 뒷받침할 수 있는 스케치는 고소사건에서도, 이번에도 제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해당 디자인으로 만든 제품은 출고액 기준으로만 4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용기 원가가 차지하는 금액도 10억원에 달한다"며 손해배상액을 1억원으로 산정했다.

조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디자인 시안을 먼저 등록했다는 이유로 창작물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출생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자식이라고 말하는 격"이라며 "검찰 수사 단계에서도 디자인 도용 사실은 인정된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뚜기 관계자는 "항소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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