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원에게 방해받기 싫어” 말없어 맘편한 ‘언택트’ 소비가 뜬다

2018년 소비 트렌드 

여의도역 근처에 있는 버거킹 매장. 매장에는 주문을 받는 직원 대신 키오스크를 통해 음식을 구입할 수 있다. 점원과 마주치는 순간은 음식을 받을 때뿐이다. 낯선 사람과의 대화를 꺼리면서 생긴 언택트 소비현상과 함께 인건비 상승으로 업체 측의 효율운영을 위한 마케팅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진= 신민우 기자)

#.인천 남구의 한 패스트푸드 매장. “불고기 버거 세트 하나 주세요.” 손님이 주문하기 무섭게 점원의 질문이 쏟아진다. “포장이신가요, 드시고 가시나요?” “음료는 콜라 맞으세요?” “500원을 추가하시면 음료 사이즈 업이 가능합니다.” “멤버십 적립해 드릴까요?” 몇 차례 대화가 끝나야 비로소 계산을 마치고 음식을 받을 수 있다.

#.서울 여의도의 한 패스트푸드 점. 매장에 들어서면 중앙에 있는 무인(無人) 키오스크가 손님을 맞는다. 원하는 햄버거 종류와 음료, 포장 여부등 화면을 몇 번 터치해 주문을 마친다. 기계에서 나온 번호표대로 순서를 기다리면 햄버거를 받을 수 있다. 점원과 마주치는 순간은 음식을 건네받을 때 한 번뿐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혼밥족, 혼영족(혼자 영화보는 사람)이 늘고 쇼핑할 때 점원과 시시콜콜 대화하기를 꺼리는 젊은 소비자가 확산되면서 점원과 얼굴을 마주하거나 대화를 하지 않고 쇼핑을 할 수 있는 ‘언택트’ 소비가 주목받고 있다. 비(Un) 접촉(Contact)이란 의미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올해 마케팅 트렌드로 꼽은 단어다.

게다가 올해 급속히 높아진 최저임금은 언택트 마케팅을 확산시키는 촉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포노사피엔스 "터치가 대화보다 편해"
스타필드 하남에 있는 신세계그룹 남성편집숍 ‘하우디’ 매장엔 거대한 자판기가 있다. 터치스크린에 표시된 제품을 누르면 고객 앞으로 인형, 신발 등 선택된 상품을 내놓는다. 이 과정에서 직원은 고객이 먼저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한 먼저 말을 걸지 않는다.

언택트 소비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먼저 활성화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온라인·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다. 메뉴 선택, 결제 등 모든 과정이 스마트폰 내에서 이뤄지는 배달 어플리케이션, 택시 기사와 대화하지 않고도 미리 설정한 목적지로 갈 수 있는 택시 어플리케이션 등이다.

이런 현상의 핵심은 자의에 의한 대화단절이다. 젊은 층이 이런 소비 트렌드를 주도한다는 분석이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20대 4명 중 1명은 문자나 메신저를 통한 대화를 얼굴을 직접 맞대는 것보다 선호한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 조사에선 응답자 2540명 중 85%가 “인간관계에서 피로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청년들은 ‘포노사피엔스’로 불릴 만큼 스마트폰 조작에 익숙하다. 여기에 혼밥(혼자서 식사)을 하는 경우가 많아 점원과의 실랑이 없이 키오스크나 어플리케이션으로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언택트 소비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지난해 12월 전국 4591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20대, 30대 각각 61.6%, 48.5%가 O2O 서비스를 이용한 적 있다고 답했다.

■유통업계, 너도나도 '언택트' 대응 나서
유통업계는 이런 현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IT와의 접점을 찾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2월 한국IBM과 업무협약을 맺고 인공지능 ‘왓슨’을 도입했다. 챗봇(Chatbot)으로 고객에게 상품을 추천하고 매장을 안내하는 등 점원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체계를 구축 중이다.

이외에도 CU는 나이스정보통신과 함께 셀프결제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했고 GS25는 KT와 미래형 편의점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무인편의점이 주목받는 추세다.

여기에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급속히 높아지면서 업체들도 이 현상을 내심 반기는 눈치다. 무인 시설을 매장에 들여놓더라도 젊은 고객들의 거부감이 크지 않을 거란 예측 때문이다. 실제 셀프서비스 시장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자판기·ATM·키오스크 분야는 2021년 기준 지난해보다 각각 7.3%, 7.2%, 17.4% 성장할 걸로 보인다.

KB증권 윤정선 연구원은 “단순 업무처리나 저효율, 고비용이 요구되는 사업장에선 무인 시설을 통해 고용 및 임금부담에 따른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면서 “이용자의 경우에도 자신이 원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쉽고 편리하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사업자와 이용자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언택트는 상황 적응적이고 개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단순한 무인이나 비대면 기술을 넘어선다”면서 “기술을 통한 가치제공은 언제 어느 시점에서 연결하고, 어떻게 언택트 하느냐를 판단하는 게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smw@fnnews.com 신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