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기자수첩] 中企, 근로시간 단축 후폭풍 고민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4 17:15

수정 2017.12.14 17:15

[기자수첩] 中企, 근로시간 단축 후폭풍 고민

문재인정부가 행정해석 폐기를 통해 현행 68시간인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내년부터 시행키로 하면서 중소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고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회로 대표되는 한국의 근로문화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이 같은 정책을 펼치는 것은 통계만 봐도 왜 이 정책을 펼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지난해 국내 연간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멕시코에 이어 2위를 기록했으며 OECD 평균보다 306시간이나 더 길다. 업무효율성 문제를 논외로 하더라도 지나치게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일을 많이 하고 있는 게 현실로 보인다.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 자체가 다르다는 점이다.
자본과 인력수급에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은 선제적으로 시행하거나 시행을 예고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말부터 자율 출퇴근제에 따라 주 40시간 근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연장근로가 12시간을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만약 이를 초과해 근무할 경우 부서 임원에게 통보해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을 예행연습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초비상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고용 자체가 어려운 마당에 추가적인 고용을 고민해야 하는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중소산업 현장에는 지금도 27만여명의 인력이 부족하며 근로시간 단축 시 추가로 44만명을 더 고용해야 한다. 최저임금을 올려도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내국인 근로자를 찾기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고용 양극화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내국인 근로자 수급에 실패한 기업들은 외국인 근로자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 내국인 근로자 혜택보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만을 늘리는 악효과가 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인상 때는 정부가 영세기업의 부담을 세금으로 메우는 보완책을 내놨지만 근로시간 단축의 후폭풍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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