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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4차산업혁명의 성공 열쇠는 창의적 교육"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4 17:16

수정 2017.12.15 09:48

김주훈 KDI 수석이코노미스트
한국, 주입식 교육체계 바꾸고 고급두뇌 육성 위해 R&D투자
[인터뷰] "4차산업혁명의 성공 열쇠는 창의적 교육"

"'성공한 스타트업'은 단지 열매에 불과합니다. 열매에 비료를 뿌린다고 해서 또 열매가 맺히진 않죠. 그 저변에 '과학기술'이라는 뿌리를 간과해선 안 됩니다. 4차산업 시대에 맞게 창의적 교육체계로 개편하고, 대학이나 연구소가 제대로 기초과학 연구 및 기술개발을 할 수 있도록 지원도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안에서부터 혁신을 창출하는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습니다."

사다리를 올라가려는 사람과 내려가려는 사람이 서로 양보 없이 마주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이처럼 교착상태에 빠져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데드록'(Deadlock)'이라고 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을 겸임하고 있는 김주훈 KDI 수석이코노미스트(사진)는 창의성이 상실된 채 수십년간 주입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 대학교육 현실을 데드록에 비유했다. 대기업 취업에 급급한 현실을 감안할 때 당장 교육체계나 입시체계를 바꾸기 어렵다. 자연스레 대학은 지식과 기술을 창출하는 본연의 기능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정보기술(IT) 강국인데도 다른 나라들과의 4차산업 경쟁에서 뒤지고 있는 근본적 원인으로 '창의적 교육시스템 부재→기술 및 인재 부족→소프트웨어 부문 취약'이라는 악순환 고리를 꼽았다.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과 사회적 지위 차이가 매우 큽니다. 대기업 입사라는 좁은 통로로 청년들이 우르르 몰리기 쉬운 구조죠. 주입식 교육을 바꿔야 한다는 필요성은 다들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한계로 교육체계를 당장 바꾸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창의적 교육과 경제구조.사회체계의 수직체계 개선을 병행해야 하는 이유죠."

김 소장은 최근 KDI와 EBS가 공동제작한 다큐멘터리 '4차 산업혁명, 교육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기획하며 독일을 방문했다. 독일은 정부의 '인더스트리 4.0' 기치하에 전통적으로 강한 제조업을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시키는 데 성공해 4차산업 경쟁에서 한발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인구 120만명에 불과한 에스토니아는 '스카이프' '트랜스퍼와이즈' 등 막대한 기업가치를 지닌 벤처기업을 대거 탄생시켰다.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였던 독일이 4차산업을 선도할 수 있었던 건 정부가 선제적으로 국민적 합의하에 로드맵을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끊임없이 질문함으로써 해답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반면 우리는 질문 자체를 두려워하죠. 문제가 요구하는 본질을 파악할 수 있도록 먼저 두려움 없이 질문하는 교육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 소장은 4차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과 대학의 산학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요자인 기업이 5~10년 후 미래 먹거리사업과 아이템을 대학과 공유하면 대학은 중장기적 시각에서 안정적으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 이사회에 산업계 인사가 참여한 사례가 거의 없습니다. 기업도 당장 기술 확보에만 급급하죠. 사실상 산학협력 통로가 막힌 상태입니다. 산학협력이 활성화돼 기술개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련방안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 소장은 정부의 4차산업 지원정책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내뱉었다. 정부는 내년도 기초연구비 등 R&D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4차산업 대응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정부의 R&D 투자가 단순 설비투자나 노동인력이 대상이 아닌 고급두뇌를 육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R&D 투자 대부분을 기업에서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상당수 기업 투자가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기보다는 기존의 제품을 더 가다듬는 '상품화 단계'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선진국에 비해 기초과학과 원천기술이 취약합니다. 이와 달리 정부의 R&D 투자는 기초과학에 쓰이는 것이 많습니다.
결국 이걸 깎아버리면 기초과학을 안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R&D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이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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